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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용 KB증권 ECM본부장 "이제는 질적 성장…3년 내 1등 목표"

"현대증권과 합병은 금상첨화…초대형IB에 걸맞은 대형 IPO 수주"

2017-03-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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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올해는 초대형 IB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4조 이상 초대형 IB의 반열에 든 증권사들은 2분기 중 나올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를 신호탄으로 삼아 기업금융 활성화에 전력 투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초 현대증권과의 합병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KB증권의 경우 기대감과 분주함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내적으로는 다양한 강점과 성향을 지닌 구성원들 사이 융화 및 시너지를 모색해야 하고, 외적으로는 대형사에 걸맞은 양적,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합병으로 단숨에 덩치를 키운 만큼 증권사의 기본기에 해당하는 전통 자본시장 부문에서 위상을 좀더 공고하게 다질 필요성 또한 제기된다.
 
최근 경쟁사 대비 빠른 성장세를 보인 KB증권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의 올해 각오는 남다르다. 7년 동안 한 우물을 판 최성용 KB증권 ECM본부장을 만나 그간의 사업 현황과 올해 전략에 대해 물었다.
 
최 본부장은 먼저 "첫 투자 3년이 정말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ECM비즈니스는 이른바 롱테일 비즈니스라 불린다. 즉, 다수의 틈새 제품으로 움직이는 시장이기 때문에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IPO 계약의 경우 본 계약까지 가려면 빠르면 1년, 길면 3년 정도 걸리므로 투자 기간을 길게 잡고 가는 것은 필수다. 지루하고 더디다고 느낄 수 있는 과정이지만 최성용 본부장은 지난 2009년 구 KB투자증권에 합류한 이후 묵묵히 씨앗을 뿌려왔다. 회사에 ECM 비즈니스가 아예 없던 시절 땅부터 다졌고, 이제 그 열매를 하나하나 따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에서 KB증권은 9건을 주관해 건수로 업계 3위, 주관실적은 2381억원으로 8위를 기록했다. 최 본부장은 "처음에 왔을 때 3-3-3이라고 초창기 투자 3년, 양적 팽창 3년, 질적 성장 3년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9년 안에 1등을 하자는 게 목표였다. 이제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ECM 부문의 성장은 중요한 이슈다. 전통적 의미의 자본시장인 ECM과 DCM의 균형성장이 목표 중 하나다. 구 KB투자증권 시절부터 오랫동안 사업을 영위해온 DCM 부문의 경우 KB증권은 채권 발행 1위를 기록 중이다. 양쪽에서 시장점유율 1등을 하는 것이 그룹의 방향인데 최 본부장은 "이제 3년, 질적 성장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현대증권과의 합병 타이밍이 아주 잘 맞았다. 금상첨화다"라고 말했다.
 
양적으로 보면 ECM도 이제 톱 티어지만 아직까지는 대형 딜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합병 전에는 지점 수가 적고, 자기자본이 작고, 대형 딜 레코드가 없는 게 걸림돌이었다. 가령 5000억~1조짜리 딜에 자기자본이 6000억원이던 구 KB투자증권이 대형 IB들과 맞붙기가 쉽지 않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논리에 대응하기가 궁색했던 까닭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온라인 세상이라지만 연배 있는 경영진들에게 어필하려면 오프라인 지점수가 자주 뼈아픈 약점으로 작용했다. 이제 현대증권과 합병 후 자기자본 4조1000억원이 된 KB증권의 현재 모습에 대해 최 본부장이 든든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합 KB증권은 본격적으로 은증 연합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대형 딜을 노리고 있다. 올해 확정된 건을 보면 상황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KB증권은 이랜드리테일과 제일홀딩스, ING생명 등 굵직한 기업들의 상장을 공동 혹은 대표로 주관한다. 최 본부장은 "이제 거칠 게 없다. 무조건 1등하는 것만 남았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최성용 KB증권 ECM본부장. 사진/KB증권
 
통합 KB증권으로서의 시너지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도 일부 있다. 아무래도 조직 융화에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최 본부장은 "다양한 회사에서 전문인력을 확보해온 터라 외부 인력들이 투입될 때 잘 성장할 수 있는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다. 액티브한 시너지가 많이 난다"고 반박했다. KB투자증권 시절부터 외부 영입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KB증권 특유의 조직문화가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ECM 부문의 경우 1부는 구 미래에셋, 2부는 한국투자증권, 3부는 삼성증권에서 왔고, 4부는 이번에 합병한 현대증권에 떼어줬다. 그 외에도 대신증권, 구 대우증권, NH증권 분들이 다 와 있다. 일 좀 하는 하우스에서 다 온 거다"라며 "처음에는 소위 말해 이민자였기 때문에 다들 힘들어했고 인 아웃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게 장점이 됐다. 다양한 증권사에서 온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친구들이 조직에 녹아 든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각양각색으로 모인 인력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구 KB투자증권의 ECM 부문이 지닌 색깔도 계속 유지해나가는 게 목표다. 최 본부장은 구 KB투자증권 ECM 부문의 강점으로 '토털 서비스'를 꼽았다. 한 사람이 영업과 실무를 함께 담당함으로써 고객 중심의 맞춤형 ECM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토털 서비스의 골자다. IPO 외에도 증자, 메자닌(Mezzanine,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단계에 있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투자), 스팩, 코넥스, 프리IPO 펀딩 등까지 다 아우르며 고객의 니즈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응대하는 식이다. 좋은 인력을 토대로 토털 서비스의 강점을 유지하되 시스템화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게 최 본부장의 계획이다.
 
이제 IPO는 과거 수수료만 받는 구조에서 투자형 IB로 넘어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KB증권은 작년부터 프리 IPO 투자를 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IPO는 기업을 만나는 접점으로 생각하고, IPO 과정에서 발견되는 좋은 기업들에는 우리가 투자도 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게 전략"이라고 전했다.
 
강소기업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묻자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코어기술이 있거나 나름의 시장을 확보하고 있을 것, 비즈니스 모델의 글로벌화 가능성, CEO, 연구개발(R&D) 인력 등의 맨파워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대상후보에 올리는 식이다. 코넥스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KB증권은 올해 거래소가 선정하는 코넥스 부문 우수IB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장 돈이 되는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미래를 위해 코넥스 시장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최 본부장은 "코넥스 시장을 하나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며 "그 안에서 IPO가 일어나고, M&A가 이뤄지고, 펀딩할 수 있는 찬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은 코넥스 시장에 매년 10개 기업씩 올리는 게 목표다. 
 
맨땅에 헤딩하듯 ECM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인지 틈새 시장을 보는 최 본부장의 눈은 일찍부터 발달한 편이다. '스팩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스팩 시장에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진출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유독 KB증권에서는 투자자를 끌어모으지 못해 스팩 상장에 실패하거나 합병기업을 찾지 못해 해산한 사례가 없다. 스팩에 주목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최 본부장은 "스팩은 돈이 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스팩을 시장에 공개할 때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고, 이후 기업과 스팩이 합병할 때 합병 자문 수수료가 발생하며, 또 주요 스폰서로 스팩에 출자를 해 주가 차익을 거두기도 하는 까닭이다.
 
합병 실패에 따른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KB증권은 성장성이 남다른 기업, 색깔있는 기업을 오히려 스팩에 붙이는 식으로 리스크를 해소해왔다. 최 본부장은 "우리는 타깃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IPO를 할 때 보면 주로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이 이뤄져 미래에 대해서는 반영하기가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 기업들은 일반상장으로 가면 미래 성장성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셈인데, 그래서 우리는 성장성이 빠르다고 확연히 인정되는 기업들, 적어도 2~3년은 성장할 기업을 찾아 스팩으로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장이 아닌 주주 당사자간의 결정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스팩의 매력"이라고 부연했다.  
 
최성용 KB증권 ECM부문장. 사진/KB증권
 
사실 자본시장에서 ECM 비즈니스는 쉽지 않은 비즈니스로 꼽힌다. 10년 중 5년은 시장이 안 좋은 편이고, 프리미엄이 좀 괜찮은 기간은 2년 남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ECM 비즈니스를 꺼리고 자기자본투자(PI), 벤처캐피탈(VC), 자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 본부장은 IPO 비즈니스에 대한 믿음을 견지하며 젊은 직원들에게 주저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 본부장은 "IPO를 한 10년 정도 하게 되면 두 가지 재능을 갖게 된다"며 "하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판단하는 눈이 생기고, 또 하나는 상장 후 시장 밸류에이션에 어느 정도 멀티플을 줘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눈이 생긴다"고 말했다. 기본기를 배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비즈니스는 없다는 게 최 본부장의 생각이다. "국내 시장이 활성화된 후 해외 IPO가 많이 되면 상황이 또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우리도 올해 2개 정도를 해외 시장에 올리려 하고 있는데, 한국제품이나 한류문화가 해외로 나가듯 자본시장도 빨리 글로벌화가 되면 또 다른 기회가 열리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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