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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경이로운 창작물의 세계

2024-03-25 17:06

조회수 :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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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제 구입 이력을 파악한 것인지 도서 플랫폼에서 'OOO 작가 신간 출시' 라는 알림과 함께 친절하게도 구매링크를 전달해 주었어요. 이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좋아하는 전업작가의 신간을 항상 구입합니다. 해당 작가의 도서를 선물하는 것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중고서점에서 하나둘씩 책을 사다가, 여윳돈이 생기면 서점에서 제값으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신간이 출간됐으니 바로 '구입' 버튼을 눌렀습니다. 사랑해 마지않는 작가가 인세 수입을 보장받으며 오랫동안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거든요. 에세이, 여행기, 단편소설, 장편소설, 비평기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는 이 작가의 이번 신간은 소설입니다. 이 작가는 회사 생활만큼이나 성실한 집필활동으로 1~2년에 한 권 이상씩 책을 써내고 있습니다. 
 
제게 작가는 존경의 대상입니다.
 
한때 '기사가 글일까'라는 고민을 한 적 있어요. 기사는 정보성 있는 내용을 한 단락씩 쓰고 그것을 유기적으로 잘 연결하는 것일 뿐, 글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정보성을 담은 글일 뿐, 칼럼이 아닌 이상 기사에는 기자의 주관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글의 무서움, 무거움,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정보를 나열한 기사라 할지라도 어떠한 정보를 어떻게 취했는지 등 작성자의 기준과 의도에 의해 기사에도 충분히 '주관'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거든요. 수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기자의 주관과 가치관, 의도가 개입될 여지가 작지 않습니다.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다양한 사실 중에 가설에 맞는 것들을 조합해 기사를 쓰게 되니까요. 똑같은 사실을 두고 다른 기사를 쓰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고요. 
 
직접 발제해 취재하는 기사의 한 줄 한 줄을 구성하는 방법, 그리고 어떠한 단어와 표현으로 채워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최근 기사 발제가 더뎌지고 주저하게 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갈수록 겁도 많아지고 많이 주저하게 됩니다. 명사, 조사, 형용사, 부사 등 다양한 품사의 단어를 결합해 어떠한 의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에 어렵고 또 조심스럽습니다. 
 
작가들의 작품 활동이 존경스러운 단계를 넘어서 경이로운 이유입니다. 일정 사실을 기반으로 겨우 6~7매 기사 쓰는 것도 이리 어려울진대, 수백매에 달하는 원고를 긴 호흡으로 본인의 색과 가치관을 유지하며 밥벌이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요. 어떠한 형태로든 좋습니다. 다양한 사상과 생각들이 음반이든 글로든 넘쳐나고, 그것이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창작자의 고통과 인내의 산물을 제값주고 사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서점가에 책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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