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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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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의 '자동전투'

2024-02-02 14:59

조회수 : 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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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게임' (RPG)류에는 '자동전투' 모드가 있습니다. 자동전투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손을 쓰지 않고 잠시 덮어놓거나 보기만 해도 자동으로 전투가 되는 시스템입니다. 유저가 직접 조종하기보다 큰 틀만 잡아주면 알아서 성장하는 것에 재미와 만족감을 느끼는 게임인데요. 
 
카타르 아시안컵에 참가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 클린스만이 국가대표 선수들을 두고 '자동전투'를 하고 있습니다. 세부 전술이 없거나 단순해 선수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형식의 용어인 '해줘' 축구와 같은 의미입니다. 무전술 축구로도 칭하기도 합니다.
 
한국과 호주의 8강전을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김민재·이강인·황희찬 선수 등 걸출한 선수들에게 의존해 승리를 하려 한다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모든 경기를 무실점 대승으로 장식했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팀을 상대로 선수들의 개인 실력으로 압도했지, 무전술이라는 평가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자동전투의 가장 큰 문제는 주축인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거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팀은 무기력하게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클린스만호는 이강인 선수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데요. 아시안컵 우리가 겨룬 팀들이 이강인 선수를 집중 견제하면서 대표팀은 힘든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요르단전에서는 이강인 선수가 볼을 만질 기회가 줄어들자 공격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전 감독인 벤투 감독의 '전술 축구'와 비교되기도 합니다. 벤투 감독의 전술은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과 수비 전환에서는 조직적인 전술 플레이를 강조합니다. 또한 후방 빌드업이 끝난 후에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수들에게 자율을 강조하는 감독입니다. 
 
실제 경기 운영은 상대를 분석해 색깔은 유지하고, 세밀한 부분에서의 대응법이나 전술 변화 등을 미리 계획해 놓고 운영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을 16강에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이자 축구 유튜브 이스타 TV 채널을 운영하는 박종윤 대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캐비어로 알탕을 끓였지만, 맛은 났다", 특출난 선수들로 꾸역꾸역 승리를 챙겼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전술 없는 클린스만 호에서 남은 토너먼트 경기 승리를 이어가 우승컵을 따내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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