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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사법리스크 갇힌 이재명 체제 1년…정부실정 반사이익조차 실종

사상 최유의 야당 당사 압수수색까지…검찰 소환만 네 번

2023-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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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8일 취임 1년을 맞았습니다. 전례 없는 득표율로 당대표에 취임했지만, 1년 내내 사법리스크에 갇혀 당내 계파 갈등을 촉발하는 등 기대 이하의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역대 최다 득표율 경신에도 사법리스크에 매몰
 
이 대표는 지난해 8월28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득표율 77.77%를 얻어 박용진 의원(22.23%)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당대표에 당선됐습니다. 지난 2020년 8·29 전당대회 당시 이낙연 전 대표가 받은 60.77%을 넘어 역대 당대표 최다 득표율을 경신한 '기록'입니다.
 
이 대표는 대선에서 패한 직후 두 달여 만에 치러진 지난해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인천 계양을)에서 생환했지만, 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이를 두고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를 향해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또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에 연루된 이 대표가 향후 사법리스크로 인해 당무에만 매진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종용했습니다. 대선에서 비록 0.73%포인트 차로 석패하긴 했지만, 대선후보로서 정권을 내준 결과에 대해 불출마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이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월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 된 뒤 팔 벌려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 회피가 아니라 문제 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비명계 주장을 일축한 겁니다.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호기롭게 닻을 올린 '이재명호'는 사법리스크에 갇혀 1년 내내 흔들렸습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했고, 민주당은 이 대표 취임 두 달 만에 당사를 압수수색 당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 대표는 이후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한 차례, 위례·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으로 세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와 별도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공판도 출석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최근 쌍방울그룹의 '대북 불법송금 의혹' 관련해 이 대표에게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습니다. 현재 검찰은 수사 방향을 민주당의 사법방해 의혹으로 확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검찰 조사 단계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대북 송금 건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재판에서 같은 증언을 할 수 없도록 민주당이 재판을 방해했다는 게 골자인데요. 이와 관련해 친명(친이재명)계 박찬대 의원과 당대표 비서실장 천준호 의원 등이 검찰에 소환될 방침입니다. 당이 좀처럼 '이재명 사법리스크'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속된 사법리스크에 당은 쪼개졌습니다. 비명계가 개인의 사법리스크와 당을 분리하지 않는 이 대표에게 당대표 직을 던지라고 압박하면, 친명(친이재명)계가 적극 방어하며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치달았습니다. 비명계 한 재선 의원은 본지에 "이 대표가 내년 총선에 불출마해야 한다"며 "대표라면 책임감 있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앞서 비명계 좌장 격인 설훈 의원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25일 TJB대전방송에 출연해 "내년 총선을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이긴다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고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사퇴설을 일축하면서 "제가 역사에 없는 압도적 지지로 당대표가 됐고 지금도 그 지지는 유지되는 정도를 넘어서 더 강화된다"고 반박했습니다. 
 
반사이익 못 보는 민주당…내년 총선 불안감 엄습
 
정부여당과 싸워야 할 힘을 내부에서 소진하다 보니 민주당의 지지율은 30% 박스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한때 20%대까지 추락하는 등 이례적으로 낮음에도 반사이익을 전혀 못 얻고 있는 겁니다. 정권심판론이 정권안정론보다 우세함에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내년 총선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비명계 초선 의원은 "국민 60%가 윤석열정권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당 지지율은 30% 중반 언저리 정도로, 남은 25%에게 어떤 비전을 보여주느냐가 숙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대의원제 폐지' 혁신안에서 보듯이 이 대표는 일반 대중이 아니라 자신의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 입지만 넓히는 등 당내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결국 역대급 비호감 대결로 불린 지난 대선에서 드러났듯 강성 지지층 간 극단의 진영정치가 이 대표 취임 이후에도 반복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렇게 바람잘 날 없는 야당 대표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다. 당이 한데 뭉치는 일은 없었고 분란만 가득했다"며 "이 대표가 지난 대선 이후 곧바로 야당 대표가 되면서 윤 대통령도 대선의 연장선에서 그를 계속 때리고 있다. 결국 양극단 정치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광연·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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