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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후쿠시마 오염수 용어변경 논란…일본 대변자로 전락?

여당, 시찰 전 '오염수→처리수' 용어 변경 주장 '무리수'

2023-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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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오염수’와 ‘처리수’를 두고 때아닌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정부여당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오염수’를 ‘처리수’로 공식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겁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 전에 용어 변경부터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게다가 일본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 여론전 용도로 ‘처리수’ 용어를 사용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여당이 일본의 대변자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용어변경 논란에 정부 선 그었지만여지는 남겼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과 외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관련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브리핑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의 첫 질문은 후쿠시마 오염수 용어변경 논란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정부 내에서 공식적 검토를 ‘아직’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사견을 전제로 박 차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표현이 혹시라도 변화가 있다면 한국도 거기에 맞출지 여부는 검토는 해봐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현재 IAEA는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치기 이전의 상태는 오염수로, 이후를 처리수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줄곧 ‘오염수’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을 알프스로 정화를 하더라도 삼중수소 등 정화되지 않은 물질이 인체에 축적돼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담은 용어입니다. 알프스가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오염수 방류 안전성 논란의 핵심입니다. 반면 일본은 알프스를 통해 오염처리가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처리수라는 용어를 공식 사용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여당 내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를 ‘오염처리수’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오염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다”며 “과학의 영역을 정치의 오염된 영역으로 끌어들였던 나쁜 선례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과거 광우병 괴담과 같은 것이라는 겁니다. 같은 당의 하태경 의원도 “용어 정정부터 필요한데 엄밀하게 오염 처리수”라고 힘을 보탰습니다.
 
정부가 용어 변경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당이 용어 변경을 던져 여론을 살피되, 역풍이 불지 않도록 ‘오염’과 ‘처리’를 모두 담은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일본이 방류하는 것의 이름을 무엇으로 바꾸더라도 국민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시찰단 파견도 하기 전에 일본의 입장이 반영된 ‘처리수’ 용어 사용을 검토했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사찰단이 일본 오염수 방류의 들러리가 되는 것을 전제한 채, 추후 이어질 논란 방어에 집중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 정부가 시찰단의 역할을 검증이 아닌 ‘현장 확인’으로 축소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 차장은 “외교적인 명칭으로 ‘시찰’로 돼 있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당연히 현장에 가면 안전성을 스스로 판단하기 위한 자료 요구나 질문이나 사설에 대한 확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용어변경 다음 순서는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을 마친 뒤 용어 변경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안전규제 분야 최고 전문가 20여명으로 시찰단을 꾸리겠다는 방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민간 전문가들이 포함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박 차장은 “일본 측에서 민간 전문가가 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전했습니다. 시찰단 파견은 국가 대 국가의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시민단체 등이 합류하거나 시찰 과정을 국내 언론이 취재하는 일도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일 외교당국은 지난 12일 오후 국장급 회의를 열고 시찰단의 구체적인 구성과 활동 범위 등을 조율했습니다. 시찰단은 오는 22일 일본으로 출국, 23~24일 이틀간 오염수 방출 계획과 관련 현지 시설 시찰, 관계자 면담, 자료 수집 등의 활동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한국 시찰단 파견 이후 이달 말에서 내달 발표될 IAEA 최종 보고서 발표 이후인 여름쯤 오염수를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IAEA 보고서는 현재까지 5차례 발표됐는데 일본의 관리·감독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있습니다. IAEA는 외형적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연합(UN) 산하 기구지만 실제로 원전 기득권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라는 큰 뚝이 무너진 이상, 다음 단계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차장은 “(수입금지 조치를) 풀려면 과학적,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다 체크했더니 더이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입증 되고 국민들도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지, 그렇지 않다면 그 전에 이 문제를 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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