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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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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된 도청만 세 번째…이번엔 무슨 내용이?

미, 유럽·중동 지도부 인사 도청 지속…한국 대통령실 내 국가안보실까지 뚫려

2023-04-10 16:12

조회수 : 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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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미국 정보요원 스노든.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의 동맹국 도청 사실이 확인돼 논란을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드러난 것만 3번 더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한국의 국가안보실 논의를 도청한 것이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만일 미국에서 국가안보실 주변을 도청하는 데 성공했다면, 대통령실 내부의 다른 곳도 도청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에 한국 등 일부 동맹국들을 광범위하게 도청해온 사실이 담겨 있다고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8일(현지시간) "동맹국들에는 별로 놀랍지도 않은 일일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이와 같이 언급한 데에는 미국의 동맹국 도청 행위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포착됐음에도 미국의 행태가 달라지지 않아서입니다.
 
'도청 안 하겠다'던 미국'스노든 폭로' 이후에도 계속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미국의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민간인 사찰 프로그램인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하면서 미국이 동맹국까지 감시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2002년부터 10년 넘게 도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파장은 유럽연합(EU) 전체로 번졌고, 이때 한국 대사관도 도청 대상에 포함됐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급기야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을 상대로 더 이상 도청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미국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21년 덴마크 공영방송은 NSA가 2012~2014년 덴마크를 지나는 해저 통신 케이블을 통해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정치인들의 전화 통화와 인터넷 정보에 접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에도 NSA의 도청이 계속됐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2015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정부가 이란 핵 협상에 반기를 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 인사들의 개인적 통화 내용을 도청했다고 보도했고, 이어 2016년에도 위키리크스는 NSA가 2008년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과 메르켈 총리의 기후변화 협상에 관한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뉴시스)
 
이번에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에는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제공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하는 점 등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사임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 등 외교안보 고위관계자들이 지난 3월 초 나눈 기밀 대화 내용이 미국 정부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한·이문희' 우크라 무기지원 대화미국 도청에 줄줄 샜다
 
공개된 대화 내용의 핵심은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우크라이나 포탄 수출을 요청했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온 우리 정부가 이를 우려하면서도 결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우회 공급하는 방향으로 이를 논의했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포탄을 제공할 경우, 정부는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어길 수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정책을 변경할 것을 주장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이와 관련한 최종 입장을 지난 3월2일까지 결정하기로 약속한 사실도 언급됐습니다.
 
그러나 당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정책을 전환해 미국의 요구에 응할 경우 시기적으로 '국빈 방문'과 '포탄 지원'을 맞바꾼 것으로 비칠까봐 우려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폴란드에 155㎜ 포탄 33만발을 판매해 '우회 공급'하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앞서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 문제는 지난해 11월 미국이 한국에서 155㎜ 포탄 10만발을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면서 표면화된 바 있습니다.
 
문서의 한 부분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무기 전달 압박을 가할 것을 한국 관료들이 우려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 대해 "(미국과 우리 정부) 양측에서 (사실관계 확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화 내용 당사자인 김 전 실장과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사실 확인 조치에 대해선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 정부도 감안해서 조치를 취할 듯하다"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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