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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경찰 수사, 시작부터 '꼬리자르기·셀프수사' 논란

경찰청장, 대통령·장관 보다 '참사 보고' 늦게 받아

2022-11-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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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시 지휘부 보고를 늦게 한 책임을 물어 총경급 경찰 간부 2명을 잇따라 대기 발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현장과 112 상황실이 경찰 지휘부에 늑장 보고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감찰이 수사로 본격 전환된 것이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하던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 류미진 총경과 현장 지휘 책임자인 용산경찰서장 이임재 총경이 업무를 태만히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류 총경은 참사 당일 상황관리관으로서 112 치안종합상황실장을 대리해 서울경찰청장에게 치안 상황을 보고하고, 비상시 경찰청 상황실에도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류 총경은 112 상황실에 정위치하지 않고 이탈했다가 참사를 뒤늦게 파악한 뒤 늑장 보고를 한 사실이 감찰에서 확인됐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류 총경보다 하루 앞선 지난 2일 대기 발령 조치 된 이 총경도 류 총경과 함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 총경은 사고 발생 지역인 이태원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서 현장을 총괄 의무가 있는데도 현장에 뒤늦게 도착하는 등 지휘 관리를 소홀히 하고, 보고도 지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 총경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당일 오후 11시34분쯤 보고를 위해 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가 발생하고 1시간 19분 뒤였다.
 
지난 2일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용산경찰서 112치안상황실·정보과 등을 압수수색한 특수본은 참사 당일 근무일지 등을 확보했다. 수사 결과 업무 태만이 확인될 경우 현장 책임자들에게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당국간 책임 떠넘기기가 이어지던 중 경찰청장이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 보다 늦게 상황을 인지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고, 경찰청이 사건 당일 112 신고 녹취록을 전격 공개한 다음 경찰 감찰·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정부 비상대응 체계의 허점 책임을 일선 경찰과 중견 간부들에게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내부 온라인게시판인 '폴넷'에는 일선 경찰관들이 실명으로 수뇌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경찰청의 녹취록을 통해 참사 발생 당시보다 약 4시간 앞선 오후 6시 34분 최초 신고 이후 11건의 '압사 우려·통제 요청'에 관한 신고가 있었지만, 이렇다 할 대응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현장 관리를 소홀히 한 점과,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최초 보고가 들어간 시간이 참사 발생 1시간 59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는 점이 근무 태만으로 간주되며 이 같은 조치가 이뤄졌다.
 
게다가 윤 청장이 30일 오전 0시14분에 김 서울청장이 아닌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은 것을 두고도 "보고 체계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용산경찰서장→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 순으로 보고가 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윤 청장이 보고받은 시점도 김 서울청장이 보고받은 시점에서 무려 38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여기에 경찰의 책임을 경찰 스스로가 수사하는 '셀프 수사'를 두고 일선 경찰 경찰등에 대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청 특수본 수사가 경찰청 수뇌부까지 책임을 묻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일선 경찰에게 책임 소재를 두고 꼬리자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 상황관리를 하는 119와 달리 112 관련 사항은 아직까지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다"며 "이를 개선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경찰청과 협의겠다"고 말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참사의 책임은 정부의 안전·재난 대응 시스템 실패지만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희생양을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다"며 "안전 대응 매뉴얼과 주최자가 없었다면 정부와 경찰, 지방자치단체가 더욱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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