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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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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번 돈보다 싼 건설사 주가, 위기일까 기회일까

대형건설사 잠재위험 감안해도 저렴…중소형사는 안갯속

2022-10-3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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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이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이익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인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불어닥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포가 주식시장으로 번지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 탓이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하락을 강조하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은 일단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발행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지급보증을 철회하면서 촉발된 PF 공포가 전체 채권시장을 뒤흔든 것은 물론 건설사들의 주가도 끌어내렸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강원도가 이를 번복, 지급보증을 약속했고, 정부도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해 지원에 나서기로 했으나 건설주들의 주가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건설사들의 사업장 구석구석에 미칠 만큼 크지 않고,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한 마진 악화가 3분기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채안펀드 중 시공사 보증 PF-ABCP 등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에 들어가는 자금 규모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매입 대상 증권이 AA-급 회사채, A1급 이상 CP와 전단채, A1급 이상 PF-ABCP, A+급 이상 여전채로 국한됐다. A1급 이상 CP를 발행하는 시공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3사 뿐이다. 
 
그나마 단기 유동성 위기에 노출된 양호한 PF 사업장에 대해 올해 4분기부터 내년까지 총 10조원 규모 보증지원을 하기로 한 것이 사업 진행에 따라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에서 은행권 저금리 대출로 옮겨가는 브릿지론 병목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각 5조원씩 보증에 나설 예정이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HUG는 신용등급 BB+ 이상이면서 시공순위 700위 이내, HF는 신용등급 BBB- 이상이면서 200위 이내 사업체다. 대출한도는 각각 총사업비의 50%, 70%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은 한숨 돌리게 됐으나 주가는 유동성 부족 해결을 위해 대규모 증자를 한다고 가정해도 과도하게 하락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대형 4사의 경우 지급보증 위험에 노출된 우발채무와 남은 이자발생부채 전액을 일시에 상환할 경우 DL이앤씨를 제외한 3사는 보유현금으로 충당이 안 돼 과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추가 차입 없이 유상증자로 해결할 경우 GS건설은 133%, 대우건설은 52.7%, 현대건설은 45.8%의 신주를 발행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주당순자산(BPS)는 GS건설이 3만6846원, 대우건설 7014원, 현대건설은 5만7683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즉 이렇게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지금의 주가는 과도하게 낮다는 의미다. 
 
 
대형사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이렇게 박한데 중소형 건설사들이 좋을 리 없다. 일부 건설주는 지난해 1년간 벌어들인 돈보다 싼 값으로 평가받고 있다. 
 
HL D&I(옛 한라건설)는 지난해 984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는데 28일 현재 시가총액은 1073억원에 그친다. 기업의 시장가격이 작년 한 해 번 이익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SCG이테크건설도 작년 순이익 699억원에 시총은 864억원이다. 계룡건설의 경우 영업이익 2327억원, 순이익 1159억원에 시총 1518억원이므로 한 해 영업이익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동부건설, 금호건설, DL건설, 서희건설 등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모두 1점대 ‘선동열 방어율’이다. 
 
물론 이는 지난해 이익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으로, 실적이 급감한 올해는 이와 같지 않다. 올해 건설사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금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대형 건설사들은 원자재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원가율이 급등한 탓에 시장전망치를 밑도는 결과를 내놓았다. 증권사들은 건설사들의 올해 이익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내려 잡고 있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들은 증권사들의 보고서로 분위기를 알 수 있으나 중소형 건설사들의 동향은 파악하기 어렵다. 분양시장에서 미분양 및 계약 포기가 증가하는 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일부 건설사들의 부도설까지 나오자 투자자들은 일단 멀리하는 분위기다. 지방 사업장 비중이 많은 건설사일수록 더욱 외면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기준 부채는 증가하고 현금이 감소한 건설사들이 적지 않다. 3분기 보고서에는 이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순차입금 외에 지급보증도 문제시되는 상황에서 현금이 감소하는 것은 결코 흘려볼 사안이 아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해도 감춰진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나거나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는 매수를 유보하거나 대형 건설주로 관심을 좁히는 것이 나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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