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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IB토마토]하나금융, 디지털 혁신 광폭행보…완전자회사 핀크는 다를까

핀크 100% 지분 취득하고 500억원 유상증자

2022-08-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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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2년 08월 25일 10:3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SK텔레콤(017670)이 보유하고 있던 핀크의 지분을 모두 사들인 후 500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는 일찌감치 ICT 기업과 동맹을 맺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수익도 끌어올리지 못해 매년 빈손으로 결산을 마쳤다. 하나금융지주는 핀크를 완전자회사화하고 금융 계열사와 끈끈한 협력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디지털 금융 혁신에 있어 핀크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5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이날 핀크가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500억원을 출자해주고 핀크의 보통주 1000만주를 취득하는 것이 골자다.
 
핀크는 SK텔레콤과 절반씩 투자해 만든 핀테크사다. 핀크는 출범 초기 금융과 통신 역량이 결합된 '새로운 생활금융 플랫폼'이라는 이점을 내세웠다. 하나금융지주의 금융 역량과 SKT가 보유한 모바일 기술을 더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내놔 이용자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통신사와 동맹은 '신의 한수'다. 업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 시대'가 도래하고, '족쇄'로 통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물꼬가 트이면서 금융사와 ICT 회사도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KB-티맵', '신한-KT', '우리-KT', '하나-SKT'가 대표적이다. 핀크의 경우 '지분'이라는 적극적인 형태의 동맹이란 점에서 고무적이라 평가된다. KB금융이 티맵의 지분을 확보하고, 신한은행이 KT(030200)에 투자했다. 그러나 이는 최근 이뤄진 지분 투자로, 핀크는 훨씬 앞선 지난 2016년에 설립됐다.
 
다른 핀테크 회사와 마찬가지로 핀크 역시 매년 '빈손'으로 회계를 마감했다. 출범 6년차인 핀크는 작년 순손실 123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손실이 더 커졌다. 올해 상반기 핀크의 순손실은 74억원에 달했다.
 
핀크의 손실은 지분을 투자한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의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쳤다. 핀크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핀크 지분가치가 훼손됐다고 판단해 손상차손 14억원을 인식했다. 공동기업 투자주식 손상차손은 영업외비용으로 계상한다. 이는 순이익에 마이너스 요소다. 공동 출자한 SK텔레콤도 손상차손을 피해 가지 못했다.
 
매년 손상차손이 발생한 탓에 핀크의 지분가치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올 상반기 하나금융지주가 평가한 핀크 지분 장부가는 64억원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 지분 취득 당시 255억원을 투자했다. 
 
핀크의 최대 강점은 ICT 회사인 SK텔레콤과 협력이다. T전화 연락처에 저장된 특정 인물에 송금하는 'T전화송금', SKT 이용자만 가입할 수 있는 'T이득통장', SK텔레콤 이용자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KDB X T high5 적금' 등이 대표적인 시너지 사례다. 또, SK텔레콤의 통신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모델인 'T스코어'를 개발했다.
 
 
 
ICT 회사와 맞손에도 경쟁이 치열한 핀테크 시장에서 이목을 끌지 못했다. 매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핀크 매출은 2018년 2억원, 2019년 20억원, 2020년 39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다 이듬해 59억원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간편 결제 서비스로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파이낸셜이, 대출비교 서비스로는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핀크 등 다른 핀테크 업체는 틈새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쉽지 않다. 하나금융지주-SK텔레콤 공동 주주에서 하나금융지주 단일 주주로 새판을 짜는 이유다.
 
이달 유증에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던 핀크 지분을 57억원에 사들였다. 핀크는 하나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핀크가 크지 못했던 요인으로 소극적인 투자가 꼽힌다. 핀크가 설립된 이후 지난 2019년 단 한차례 유증 이후 추가 투자가 없었다.
 
지분 관계로 얽혀있지만 투자에 대한 이견 합치가 어려웠다는 방증이다. 또, 핀크의 인사는 하나금융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핀크의 주요 경영진인 권영탁 대표는 SK텔레콤과 하나카드를 거쳤으며, 예정욱 부사장은 하나은행 출신이다. 양측 모두의 의사가 반영돼야 하는 만큼, 의사결정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나 토스 같은 페이먼트 중심의 핀테크 회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경쟁이 심화되는데 현재의 핀크 사업모델만으로는 제약이 큰 게 사실이다"라며 "특정 사업에 있어 SK텔레콤과 협력 관계가 있었는데 단일 주주가 되면서 하나금융계열사와 협력을 넓힐 수 있게 됐다"라고 귀띔했다. 
 
(사진=핀크)
 
핀크가 하나금융지주 완전 자회사가 된 이후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작년 하나은행은 디지털 혁신 본부를 신설한 바 있다. 은행의 디지털 조직과 전방위 협력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하나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의 공통된 마이데이터 브랜드 '하나 합'을 선보였다.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핀크 등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핀크는 핀테크 1호 마이데이터 사업자다. 마이데이터를 연계해 업계 최초로 대환대출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하나은행이 입점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하나은행 앱 '하나원큐'와 핀크의 서비스 핀크리얼리 간 제휴도 있었다.
 
다만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와 협력 관련, 뚜렷한 계획은 아직 없다. 하나금융지주 측은 하나금융그룹의 디지털 혁신의 핀크가 한 축을 맡아 새 사업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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