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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이행법의 '독'②)"소송하는 동안 초등생 아이 고교생 돼"

양육비 안 줘도 6개월만 버티면 제재 풀려

2022-05-12 06:00

조회수 : 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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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양육비 안주는 부모를 나쁜 아빠, 나쁜 엄마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가 '양육비안주는사람들(양안들)'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 시행 이후 10월에 사이트 문을 닫았지만 지난 2월에 돌연 재개한 것이다.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를 제재할 수 있는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이행까지 까다로운 요건이 전제되면서 양육자들이 '법' 보다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행법상 양육비 미지급자에게는 △명단 공개 △운전면허 정지 100일 △출입국 금지 6개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의 형사처벌 등 4가지의 제재가 가능하다.
 
언뜻보면 미지급자에게는 자식의 생존권을 저버린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해외로 도피할 수도 없으며, 자칫 전과도 생길 수 있는 무시무시한 법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이는 미지급자들을 보호하고 양육자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9일 당시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한부모가족 미성년자녀 양육비 이행 지원 개선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육비를 받아야하는 양육자들과 시민단체는 현행 제도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법원에 감치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기준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거쳐야할 법적인 과정도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미지급자인 채무자를 법적으로 제재하기 위해서는 총 3단계의 소송이 필요하다. 제일 먼저 '양육비 지급 본안 소송'을 통해 양육비 지급 판결문을 받아야 한다. 그 뒤에 '이행명령소송'을 해야 하고, 이 때도 채무자가 지급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에 '감치 소송'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이 2~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양육자는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공시송달로 법원에서 감치를 각하할 경우에는 이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한다.
 
여성가족부에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현재까지 미지급자에게 집행된 제재는 출국금지 31건, 운전면허 정지 61건에 그친다. 3~6개월만 버티면 모든 제재가 풀린다. 양육비 이행을 돕는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있지만 2020년 기준 이행률은 36.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상 공개 기준도 두루뭉술하다. 특히 이는 배드파더스가 양안들로 부활하는 계기가 됐다. 기존의 배드파더스는 얼굴과 직장명 등을 모두 공개해 사회적으로 '나쁜 부모' 낙인을 찍어 3년 동안 970건 가량의 미지급건을 해결했다. 사전통보로만 전체의 77%를 해결했으니 미지급 해결의 가장 빠른 방법은 얼굴 공개였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그러나 양육비 이행법에 따른 신상 공개 범위는 이름, 나이, 직업, 도로명 주소지에 불과하다. 같은 도로명 주소를 가진 곳에 동명이인이 많다면 양육비 안 주는 '나쁜 부모'가 누구인지 특정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에 반해 양안들로 재개한 사이트는 이전과 같이 이름, 출생년도, 거주지, 출신학교를 모두 공개한다. 다만 직장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양안들 측은 얼굴 공개 만으로도 큰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육비 이행법으로도 양육비를 받지 못 해 민간단체의 문을 두드렸다는 한 양육자는 "감치 명령 소송을 반복하는 동안 아이는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돼 버렸다"며 "일과 양육과 소송을 혼자 병행하는 동안 아이 아빠는 주소와 전화번호를 모두 바꾼데다 직장까지 알 길이 없어 감치 소송 진행도 못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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