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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소년을 심판하라③)"피해자 보호·소년범 재범 방지책 필요"

소년재판, 가해자 보호한다며 피해자에게 조차 비공개

2022-03-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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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법무부는 최근 형사미성년자 및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형법·소년법 개정)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범죄 관련 모든 제도를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한 화답이다. 현행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시되지만 법무부는 연령 하한 기준을 특정하지 못했다.
 
소년법상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초4~중1)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보호처분’만 받는다. 보호처분 중 가장 강력한 10호 처분은 ‘2년 이내 소년원 송치’로 전과 등의 기록조차 남지 않는다.
 
만 10세 미만은 보호처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따라서 만 14세 미만 소년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전과기록이 남지 않을 뿐 아니라 장래 신상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이들 소년범이 재판 받을 때 피해자는 법정에서조차 설 자리가 없다. 가해자인 소년까지 보호한다는 취지로 소년재판은 피해자에게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피해자 중심의 사법공약을 내세운 만큼 소년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법부 패러다임 전환과 교화 프로그램 개선 등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령을 하향해 처벌이 더 강화될 경우 소년교도소, 소년원 과밀화 현상과 6호 처분에 따른 감호 위탁 등 시설에 대한 문제가 그래서 지적된다. 현재 운영 중인 소년교도소는 전국에 김천소년교도소 한 곳 뿐이다.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상황에 수백명이 수감돼 과밀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30일 “첨단화 시대에 소년교도소과 소년원에선 바리스타 기술 등을 배울 뿐, 교정·교화 프로그램이 상당히 낙후돼 있다”며 “소년범을 관리·감독하는 보호관찰관 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소년이 6호 감호처분을 받으면 가는 시설은 정부·지자체 재원으로 운영되는 종교단체나 민간위탁시설이다 보니 아무래도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지자체가 아닌 소년범을 민간 위탁 시설에 맡기면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관찰 대상자 중 소년 범죄자의 재범률은 2020년 기준 13.5%로 같은 기간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 재범률(5.0%) 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8년~2020년 전체 보호관찰 대상자 재범률은 7%대로 정체됐지만 소년 재범률은 12.3%에서 12.8%, 13.5%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서도 신중론이 이어지고 있다. 신수경 변호사(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소속)는 “형사 미성년자(만 14세 미만) 연령을 만 12세 미만으로 낮춘다는 것(촉법소년 만 10세~14세미만→ 만 10세~12세미만)인지, 촉법소년 연령대 자체를 낮추는 것(예컨대 만 10세~14세→ 만 8세~12세)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연령대를 낮춰서 궁극적으로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촉법소년 연령(만 10세~14세)을 만 10세~12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사실상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으로, 지금도 대부분의 소년범이 보호처분을 받고 있는 만큼 실무에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촉법소년 연령대 자체를 낮춰 소년범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 변호사는 회의적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예를 들어) 10살 미만 9살 초등학생(소년범)을 부모와 분리시켜 소년원과 같은 수용시설에 보낸다는 것인데, 그에 따른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그 정도 저연령(초등학생) 아이가 교도소나 소년원에 갈 정도로 흉악범죄(살인 등)를 저지르는 경우도 사실 전무하고, (소년원 등에 초등학생을 보낸다 해도) 교육적 효과도 전무하다.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도 “촉법소년 연령만 낮추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현재 소년보호사건은 가정법원, 소년형사사건은 일반 법원에서 처분하는데 (소년 관련 사건을 통합해 맡는) 통합가정법원 도입 시 가사·소년 전문법관과 가사조사관의 대폭적 확충을 전제하고, ‘한 가정 한 판사’ 문제해결 지향적 법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법원 인사가 순환보직에 의해 2~3년 주기로 바뀌는데 법원조직법 개정 등을 통해 가사·소년 전문법관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법관 인사에 대한 대폭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현재 가사·소년 전문법관은 서울가정법원에서 부장판사 5년, 평판사는 6년간 근무할 수 있다.
 
현재 소년사건에 대한 유의미한 통계가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 연령 하향만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 변호사는 “소년사건은 통계가 불분명하다”며 “소년범죄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급증하고, 특히 ‘어떤’ 범죄가 급증한 것인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찰은 촉법소년 관련 통계 항목을 킥스(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구축하고 있다. 주로 검찰 송치 사건에 대한 피의자원표를 작성하는데 소년사건은 법원 소년부에 송치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그간 촉법소년 관련 통계를 수기로 취합해왔다.

킥스에 해당 통계 항목이 신설되면 촉법소년 환경, 범죄 유형 등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에 구축한 데이터에서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부분을 추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며 “(킥스에 촉법소년 통계 항목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김천소년교도소 전경.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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