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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금융사 또 중징계 예고)①금융당국, 부실감독 책임 안지고 은행 탓만

금융사 중징계 밀어붙이기…부실감독 책임은 나몰라라

2021-01-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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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상당수 금융사들이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부실감독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기업은행의 라임·디스커버리 펀드 제재심을 진행했다. 제재심은 치열한 공방 끝에 결론나지 못하고 다음달 5일 재개하기로 했다. 당국은 당시 기업은행의 수장이었던 김도진 전 행장에게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라임·옵티머스 관련 첫 중징계가 나온 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의 중징계도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는 표면적으로 은행 등 판매사의 비위 행위로만 비춰지고 있다. 판매사들이 불완전판매를 진행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점에서 이는 일부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때와 다르게 이번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본질은 금융당국 보신주의와 감독체계의 헛점 등 수준낮은 행정체계가 낳은 산물이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금융시장과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금융위와 금감원의 '엇박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절절포'를 외쳤다. '절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규제완화'라는 슬로건이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영업행위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대신, 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제는 촘촘히 하기로 했다.
 
문제는 규제 완화와 소비자 보호 사이의 정책 엇박자에서 발생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이 뒤따르지 못했다. 가령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진입 기준을 기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만큼 감독도 선행돼야 했는데 당국은 감독에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감독을 맡은 금감원뿐 아니라, 정책·감독 업무를 모두 가진 금융위가 이번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금감원은 전문사모운용사의 등록 요건이 비교적 쉽다는 점에서 보다 꼼꼼하게 검사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사모운용사는 최소자본금 10억원과 전문운용역 3명만 있으면 등록이 가능하다. 인허가 제도가 아닌 등록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감독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했지만 금감원은 형식적인 검증만 했다는 게 금투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2017년 옵티머스자산운용에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적기 시정조치'를 유예한 바 있다.
 
금융위도 이번 사태에서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규제 완화 주체인 만큼 감독이 이행될 수 있도록 감독권한을 금감원에 분명하게 이임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의 감독체계가 분리돼 있지만, 실제로는 행정체계상 금감원은 금융위의 하위기관 때문에 분리가 불가능하다. 금감원은 감독할 때마다 일일이 금융위에 보고해야 하는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리스크 우려를 표명할 때마다 금융위가 전화를 걸어 이를 제지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 같은 '밥그릇 싸움'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번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했다는 정황과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017년 당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금융위 담당 직원의 녹취를 공개하고 "옵티머스의 대주주 변경 사후 신청을 위해 금융위가 편의를 봐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김모 팀장은 청와대 행정관 재직시절 라임펀드의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 또 김 팀장과 김 전 회장이 유흥업소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현재 김모 팀장은 1심 재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시장에서는 금감원 직원이 금융범죄에 공범으로 가담한 초유의 사건으로 인식한다.
 
그런데도 당국에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금융사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등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DLF 제재심에 이어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도 내부통제 부실만으로 금융사 CEO에게 중징계를 내리기에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중징계를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옵티머스 판매 당시에는 내부통제로 인한 CEO중징계가 법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CEO중징계를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은성수(왼쪽)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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