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제징용 문제 한일협의는 공개적으로
입력 : 2020-09-28 06:00:00 수정 : 2020-09-28 06:00:00
일본 신임 총리 취임으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TV토론회에서 강제징용 문제 관련 질의에 "외교 당국자 간에는 나름대로 타협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계속 됐다. 아베 전 총리에 의해 제동이 걸린 일이 제법 많았는데, 스가 총리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그동안 양국 사이에서 오갔던 해결책' 가운데 어떤 것이든 채택이 되면 지금의 현안을 타개하는 데 꽤 도움이 될 거다. '서너가지 대안'이 있었는데 그중에 어떤 것이든 합의하고 그쪽으로 추진해 간다면 답답한 상황은 타개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궁금했다. 그동안 외교 당국자 간 타협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오갔던 해결책이 무엇일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1965년 국가 간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고 본 한국 법원의 판결을 일본이 인정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타개할 묘안이 서너가지나 있었다니. 외교부에 질의했다. "저희는 항상 일관된 입장을 갖고 대응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 한일관계 세 가지를 항상 고려하면서 해결책에 대해 열린 입장으로 대화에 임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외교 협상 과정은 '국익과 안보'가 달린 사안임을 이유로 공개 거절당한 원고들을 법원에서 봐왔기에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외교 당국 간 대안이 서너가지나 오가는 사이, 그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지긴커녕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지금의 상황은 노파심이 든다. 2015년 12월 양국 외교장관이 돌연 발표한 '위안부 합의'의 당혹스러운 기억 때문이다. '가해국의 인정과 사죄, 그에 따른 배상'을 전제해 그토록 난제였던 한일 역사갈등이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통보는 사회적 논란이 됐고, 당사자인 할머니들 다수의 재단 기금 수령 거부로 이어졌었다. 합의에 이른 협상 과정을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측 변호인은 외교부 상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도, 소송으로도 알 수 없었다는데 강제징용 소송에서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변호사는 상세히 알고 있었던 정황이 최근 사법농단 재판에서 드러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사실에 적시된 당시 전현직 외교장관과 미쓰비시 측 김앤장 간 '소통' 정황을 보면, 외교 당국 간에만 오고 가는 '밀실 협상'에 의구심을 갖는 건 합리적이지 않을까. 
 
예컨대 공개적으로 거론된 '문희상안'만 해도 논란이다. 책임 있는 일본 기업에 더해 그외 한일 기업과 국민 성금으로 기부금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위자료 형식의 우회적인 배상을 통해 강제징용은 물론 위안부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해소한다는 구상은 지난해 리얼미터 설문조사 결과 반대가 44.4%로, 찬성 32.6%보다 많았다. 직접적인 당사자인 피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의견도 갈렸다. 그만큼 묘안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외교 당국의 서너가지 안은 이런 식으로 공개되고, 논의되며, 이춘식 할아버지 등 소송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의견 조율을 거쳐야 묘안이 될 수 있다. 5년 전, 그리고 어쩌면 55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최서윤 정치팀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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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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