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모두가 중국을 떠난다
입력 : 2020-08-03 06:00:18 수정 : 2020-08-03 09:32:19
20081223일 미국 오하이오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이 문을 닫았다. 1만 여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게차 운전자 질 래먼샤도 그중에 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집은 은행으로부터 차압을 당했다. 그녀는 여동생의 지하실에서 살아야 했다.
 
7년 뒤 GM 공장터에는 중국 기업 푸야오의 유리 공장이 들어섰다. 래먼샤는 이 공장에 취업했다. 비록 급여가 절반으로 줄기는 했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처음에 중국인들은 오하이오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미국인과 중국인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충돌과 갈등 때문이었다. 중국 기업은 효율성과 속도, 생산성과 목표량만을 중시했다. 특히 푸야오 회장은 회사에 노조가 생기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다. 공산주의자인데 노동자들의 연대를 반대했다. 노조를 만들려고 했던 많은 미국인 직원들이 해고됐다. 래먼샤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이 중국 기업은 더 이상 골치 아픈 것을 피하기 위해 공장 자동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실직할 것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를 보았다면 트럼프가 연일 중국을 때리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지도 모른다. 최근 트럼프는 매일 중국을 비난하며 자신의 표밭인 러스트 벨트(미국 오하이오와 펜실베니아 등 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비록 대선용이라는 지적을 듣기는 하지만 중국 역시 배려 없는 패권적 나라’, ‘맹목적인 국수주의 국가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얼마 전 인도와 국경 혈투 사건을 일으키는가 하면, 미얀마, 부탄과도 영토 분쟁중이다. 남중국해에서는 대만,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 대립하고 있다. 위구르, 티베트 사람들에 대한 인권 탄압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네팔 같은 작은 나라의 땅을 자국에 편입하는 횡포를 부린다. 호주가 코로나19의 발원지를 조사하자는 데 찬성했다고 해서 수출규제 등의 보복조치를 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 미국과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는 와중에 선뜻 중국 편을 드는 나라가 없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세계 각국에서 일고 있는 반중 정서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미국인 4명 중 3명이 중국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최근 조사가 있다. 지난해보다 2배 올랐다. 일본에서도 반중 감정이 확산되면서 올해로 예정된 시진핑의 방일 연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지위에서도 내려오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간재 가공지로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11.8%에서 201811.5%로 하락했다. 값싼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중국은 고립을 자처하는 행보를 고집하며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그들이 말하는 중국몽으로 10, 20년 뒤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코로나 사태 속에서 우리의 K-방역이 해외로부터 찬사를 받고, 국격을 높인 배경에는 존중과 배려가 있었다. 타인에 대한 존중, 타국에 대한 배려다. 그래서 우리는 선진국이 됐다. 툭하면 보복하고, 툭하면 힘을 내세우는 것은 존중이나 배려와는 거리가 멀다.
 
레먼샤를 해고한 푸야오의 회장도 처음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정작 한 일은 힘에 의존한 중국식 표준을 강요했을 뿐이었다. 우리는 아무도 그 기업을 존경받는 선진 기업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기업만 해당하지 않는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승형 산업부 에디터 sean12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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