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보여주기식 입법경쟁 안 된다
입력 : 2020-06-05 06:00:00 수정 : 2020-06-05 06:00:00
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발의된 법안이 벌써 120건이 넘는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총 4일간의 법안 발의 건수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17대 23건, 18대 12건, 19대 61건, 20대 82건 등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한 의원은 혼자 16건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1건 이상의 법안을 발의한 의원도 있다. 21대 국회의원들이 초반부터 많은 법안을 쏟아내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활발하다는 건 국회 기능이 원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실적 경쟁이라도 하듯 마구잡이로 법안을 제출해선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법안을 남발해서는 21대 국회가 막을 내릴 때 또 얼마만큼의 법안이 폐기될지 모를 일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일하는 국회'와 거리가 멀다.
 
법안 발의가 수적으로 크게 늘어났지만 수준이 떨어지는 법안이 양산되면서 입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발의된 법안의 상당수는 법 시행에 필요한 재정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발의됐다. 국회의원 자신도 얼마나 비용이 들지 모르는 법안을 무조건 제출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여주기식 입법 경쟁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거나 20대 국회 때 발의된 법안도 많다. 소위 이전 국회 때 발의한 법안을 '재탕', '삼탕'해 내놓은 것이다. 물론 지난 국회 때 폐기됐던 법안 중 의미가 있거나 시의적절한, 꼭 필요한 법안 등도 있다. 하지만 타당한 검토 없이 지난 국회 때 발의된 법안을 똑같이 올리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
 
의원들이 법안 발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발의 건수가 의정 활동의 적극성을 평가하는 요소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지난 총선에서 발의 건수를 공천 심사의 중요 평가 요소로 활용했다. 실제 공천 심사가 다가오자 현역 의원들의 법안 발의 건수가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일하는 국회', '성과 내는 국회'를 표방하는 21대 국회는 지난 국회와는 달라야 한다. 보여주기식 입법경쟁 보다는 내실있는 법안을 발의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안의 질적 평가 중심으로 의정활동의 평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단순한 정량평가보다는 입법의 품질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박주용 정치팀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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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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