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입력 : 2020-06-03 06:00:00 수정 : 2020-06-03 08:24:28
불의의 사고로 절망에 빠진 신경외과 의사가 있다. 그의 이름은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코믹스의 히어로로 2016년 흥행작이다.
 
세상을 위협하는 ‘도르마무’를 막기 위해 펼쳐진 홍콩 생텀의 액션 장면은 잔기(殘基)가 깊다. 집콕족들에겐 흥밋거리이나 저자의 머릿속은 홍콩시민을 구한 미국 영웅물이다.
 
인류는 늘 영웅의 모습을 그려왔다. 모세, 헤라클레스 등 설화 속 이야기부터 판타지나 슈퍼히어로물들의 문화론적 점령은 열광 그 자체였다. 재난, 혼돈이 불어 닥친 인류에게 영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판론자들은 미국식 상업물에 대해 전형적인 ‘팍스 아메리카나’로 낙인한다. 지난 주말 안방극장에서 보여준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웅은 때마침 ‘홍콩사태’로 갈등국면을 맞은 미중 문제와 오버랩된다.
 
우리는 팬더믹 선언 85일째를 맞고 있다. 하지만 패권국가인 선진국들의 이해할 수 없는 참상은 하루 하루가 다르다. 후진국보다 못한 대응에 기업이 쓰러지고 총성과 사이렌이 울려 퍼진 폭력 사태는 마블 속 장면이 아니다.
 
‘All For One’을 주창했던 유럽연합은 ‘Only For Me’로 연대가 분열되고 있다. ‘국제사회를 리드할 지도자와 리더십이 없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한탄은 ‘힘의 균형’과 ‘정당성’이 무너지고 있는 불확실한 세계질서를 내포하고 있는지 모른다.
 
미국 외교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가 4년 전 펴낸 ‘세계질서’를 보면 서로 다른 문화의 역사 관점, 폭력 갈등, 극단적 이데올로기 공유에도 국제질서의 해결책을 ‘힘의 균형’과 ‘정당성’ 위에 세워진 질서에서 찾았다.
 
그러나 괴질의 창궐은 21세기 세계질서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 석학들도 선진국들의 모범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데 부정하지 않는다. 국제질서는 코로나 사태 3개월 전부터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경영조직론 학자들은 중간관리자가 사라질 새로운 미래조직을 예견하고 있다. 조직으로 불러내 명령만 일삼는 힘의 권력체계가 언택트 사회에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몇 달 간 실력자들의 높은 업무능률은 이미 경험을 통해 깨달고 있다.
 
등교하지 않는 온라인 강의로 선생님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오죽하면 강남에 잘나가는 1타 강사의 인터넷 강의로 전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농담도 나온다.
 
혹자들은 백신을 해결책으로 막연한 관망을 내놓고 있지만, 새로운 감염병 창궐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안다.
 
과잉소비가 미덕인 현대 구조는 언젠가 붕괴될 것이다. 4차 산업, 비대면을 향한 한국형 그린 뉴딜의 핵심에 ‘기후변화(친환경)’가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무한욕망을 부추긴 현 경제시스템은 미래 사회를 물려줄 아이들 앞에 책임이 크다. 무한한 욕망을 추구하는 한 기존 과잉생산과 소비가 우리의 목줄을 조여 올지 모른다.
 
자연을 강간한 현대 인류에게 코로나는 말하고 있다. 
 
이규하 정책데스크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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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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