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서울 서초동 '깔딱고개'
입력 : 2020-04-07 06:00:00 수정 : 2020-04-07 06:00:00
법조팀 현장 기자가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을 한바퀴 도는 데 꼭 45분 정도가 걸린다. 맨 동쪽에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기자실부터 서쪽으로 서울중앙지검 기자실, 대검찰청 기자실, 대법원 기자실 까지 한번 훑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축복받은 DNA 덕에 '롱다리'를 가진 기자들은 시간이 더 단축될 수 있겠으나, 필자의 '장롱 다리'로는 허위허위 가도 그렇다. 
 
이렇게 도는 길에는 두번의 육체적 고비가 있다. 서울교대 방향에서 서울법원종합청사 동문으로 올라가는 '제1 깔딱고개'와 서울중앙지검 정문에서 대검 정문을 통과해 대검 기자실로 올라가는 '제2 깔딱고개'다. 필자 혼자 붙인 이름이다. 둘 다 높아보이지는 않는데, 오르다 보면 진을 뺀다. 신기한 것은 역방향으로 돌라치면 길이 좀 순해지거나 시간이 줄어들 만도 한데 그렇지가 않다. 서울법원종합청사가 서울중앙지검 청사보다 지대가 조금이지만 더 높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이 서울고검 기자실로 옮겨졌고 그때나 지금이나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 막내 기자들(이른바 말진)은 팀장들이 있는 대법원 기자실 보다는 공보관실에 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동소이 할 것이다. 신생 언론사 초년병 시절, 기자 생활이 하도 고되 재미 삼아 재 본 결과다. 
 
당시에는 출입 기자단 개념이 뚜렷하지 않아 성실한 언론사 기자들은 누구나 기자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공기조차 까칠하고 찬바람 '쌩' 도는 기자실에 신생 언론사 기자가 편히 엉덩이를 붙일 곳은 없었다. 살갑게 대해 주는 선·후배 기자들도 분명 있었지만, 스스로 지레 주눅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여름이고 겨울이고 '45분 릴레이'를 하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그 시절 '깔딱고개' 보다 더 부담이었던 것은 판·검사들과의 만남이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과는 달리, 점심시간에 취재원과 기자가 만나면 세꼬시 한접시에 소주 각 1병이 관행이었고, 저녁에는 으레 폭탄주가 돌았다. 그만큼 법조기자들과 판, 검사들(가끔은 변호사들)의 만남은 주위에 흔했다. 
 
여기에서 부담이 간다는 말은 '음주' 얘기가 아니다. 신생 언론사의 초년병이었던 필자는 그런 기회 자체가 없었는데, 거기에서 오는 소외감과 불안감이 부담이었다. 그들 모임을 먼저 알고 자리에 합석해도 누가 눈치를 주거나 끌어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내게는 절대 통과할 수 없는 두터운 벽이었다. 
 
물론, 그들 사이로 미친척 하고 계속 머리를 들이밀어 지금은 나름대로의 검증과정을 통과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는 지금도 분명 그들만의 '이너써클'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법원이건 검찰이건 똑같다.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로 언론과 검찰은 지금 벼랑 끝에 섰다. 총선을 불과 일주일 여 앞 둔 상황에서 이 논란이 계속될지, 사그라질지는 알 수 없으나 국민이 이 둘을 같은 개혁 대상으로 정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원죄가 있지만,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이번에는 검찰도 적잖이 억울하다는 눈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이번 의혹의 유일한 물증을 가진 채널A는 해당 녹음파일을 서둘러 공개해야 한다. 검찰도 선별적으로 만든 언론과의 이너써클을 이번에는 기필코 끊어야 한다. 시대는 이미 변했고, 두 조직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최기철 법조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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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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