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환자' 기승…보험금 연7천억 누수
경미한 사고에도 수백만원 합의금…'사무장 병원' 처벌 강화 목소리도
입력 : 2020-02-19 06:00:00 수정 : 2020-02-19 06:00:00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사고 보험금을 노리는 '나이롱 환자'를 제재재할 방법은 없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서울에 사는 이모(45)씨는 주차장에서 후진하다가 다른 차량을 살짝 받았다. 상대방 차량의 LED 램프에 금이 세 줄 정도 간 경미한 접촉사고였다. 그러나 피해차량 운전자는 목덜미를 잡으며 아프다고 병원 치료를 주장했다.  
 
이씨는 보험사로부터 피해 운전자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부상보험금 139만원을 지급한다고 통보받았다. 피해 운전자가 '염좌'로 상해급수 12급에 해당하는 진단서를 받은 데 근거했다. 통원치료를 25일 동안 받아야만 해 300만원의 치료비를 별도로 병원에 직접 지급한다고도 했다. 보험사 직원은 이 같은 사고가 잦음에도 신속한 합의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사고 보험금을 노리는 일명 '나이롱 환자'(가짜환자)가 기승을 부리면서 매년 7000억원의 보험금이 새나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접촉사고시 병원에 가지 않으면 '호구'라는 인식이 만연한 탓으로, 보험사기를 가려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경미사고로 인한 지급보험금을 매년 8100억원(대물 5600억원, 대인 25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에선 이 중 나이롱 환자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금 누수가 무려 7000억원(8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 금액도 지난해 상반기에만 1777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보험사들은 이런 문제를 알고 있지만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료기관의 진단서가 발급되면 보험사기로 의심이 되더라도 가해자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 차량이 나이롱 환자일 경우 신속하게 합의해 통원 및 입원 일수를 줄이는 것밖에 없다고 손해사정사들은 입을 모은다. 
 
한 손해사정사는 "상대 차량이 경미하게 박았어도 한 차에 타도 있던 여러 명의 피해자가 회사나 학교 등을 잠시 쉬고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상해급수 12급이면 통원 기간을 제한하거나 금액을 한정하는 식의 세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한방병원의 진단서도 보험적용이 가능한데 일부 한방병원에서 악용해 진단서를 남발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억울한 가해자들이 '마디모' 프로그램을 의뢰하기도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실효성은 떨어진다. 마디모 프로그램은 경미한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 여부를 판별하는 데 사용된다. 마디모를 신청했다고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녀서 대부분 가해자는 나이롱 환자들에게 합의금을 주는 실정이다. 
 
다치지 않아도 일명 '뒷목 잡기'로 합의금을 받는 건 '보험사기'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성 보험사기는 심리적으로 '다른 사람들도 하는데 조금 부풀려도 괜찮지 않을까', '이 정도는 범죄가 아니지' 등의 인식으로 일어나는 만큼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 연구위원은 "보험사기는 복합적인 것이어서 다방면의 제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도적인 경성보험 사기는 일부 사무장 병원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고, 경미한 교통사고의 보험금 지급에 대한 치료 일수, 금액 등을 세부적으로 기준을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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