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압구정 아파트를 주식으로 사고판다면
입력 : 2019-12-13 06:00:00 수정 : 2019-12-13 06:00:00
만약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는 없다는 강남 압구정동의 아파트단지를 증권화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1000세대 아파트를 증권화해서 그 주식을 1억주쯤 발행해 상장한다면, 그래서 한 채에 30억원인 아파트 1000세대의 총합인 시가총액 3조원 주식종목을 증시에서 1주에 3만원에 거래할 수 있다면. 
 
30억원 아파트는 몰라도 3만원짜리 주식지분이라면, 이 아파트는 바라만 보던 천상계의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매수 가능한 인간계의 투자자산이 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단숨에 2배, 3배 주가가 뛰어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제 가치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고 본연의 가치에 합당한 밸류에이션과 시장가격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게 3만원보다 훨씬 높을지 낮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주요지역 아파트단지들을 일부 증권화할 수 있다면 정부가 억지로 누르지 않더라도 부동산 시장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적정한 가치와 안정을 찾아가지 않을까?
 
‘만약’이란 단서를 붙였기에 망정이지 이 정도면 망상에 가깝다. 현실적으로 개인 소유의 아파트들을, 그것도 단지를 통째로 증권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 혹은 망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 아마도 리츠(REITs)나 부동산펀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무렵부터일 것이다. 
 
증권화되는 부동산이 늘어날수록 자산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시장이 일반 투자자들에게로 열려 삼성전자 주식이나 국고채처럼 정상적인 자산으로 기능하며 국민의 부를 살찌우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압구정동 아파트가 아니라도 CU편의점이나 올리브영 매장이 될 수도 있고 SK주유소, CJ대한통운의 물류창고, KT의 데이터센터도 가능하다. 
 
수년 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를 취재한 적이 있다. 이곳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펀드를 통해서 전국의 중소형 빌딩에 투자하며 연 7%가 넘나드는 월세수익과 그보다 더 많은 매각 차익을 얻고 있었다. 20억, 30억원은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꼬마빌딩 투자를, 그보다는 훨씬 적은 금액으로 한다는 말에 ‘이런 상품 좀 많이 만들어 널리 퍼뜨려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리츠의 인기몰이에서 볼 수 있듯, 부동산은 증권시장과 만나 건전한 투자로 탈바꿈하며 계속해서 더 많은 이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이 투자하는 오피스와 리테일, 중소형 상업시설에 세 든 임차인들도 적정 월세수익률의 상대개념인 적정 임대료를 내면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장이 더욱 발전한다면 부동산의 증권화는 자연스럽게 상업시설에서 주거시설로 옮겨갈 것이다.
 
금융 선진화는 분명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일 텐데 정부는 자꾸만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에 규제를 덧대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 기준을 높여 대중화를 틀어막고, 증권사들의 부동산PF 규모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맞추라며 부동산과 증권의 결합을 훼방 놓는다. 금융 선진국을 말하면서 행동은 반대로 하고 있으니 금융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김창경 증권부장 /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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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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