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절박함도 반성도 없는 대우조선해양의 '말 잔치'
입력 : 2018-11-16 18:54:08 수정 : 2018-11-16 19:05:15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생존의 기회라 생각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전 직원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지난 2016년 11월2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다짐이다. 정 사장은 "정부에서 4조2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지원을 해준 근간에는 노사가 합심해서 자구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며 "불협화음 없이 자구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동조합을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8년까지 연매출을 현재 50% 수준인 연 7조원대로 낮추고, 인력은 2017년 8500명, 2018년 8000명 이하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당시 대우조선은 앙골라 소낭골 드릴십 인도 지연으로 인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유동성 부족이 심화되면서 연말까지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약 2주 뒤인 11월17일. 대우조선 노사는 가까스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 노사확인서'를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제출하며 채권단으로부터 2조8000억원의 자본확충 지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확인서엔 "회사가 모든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노조도 적극 협조하며 경영정상화를 저해하는 쟁의행위 등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년 뒤 대우조선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정 사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영정상화 목표를 초과달성해 인력 감축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구계획에선 올해 7조5000억원의 매출액을 가정하고 인력 감축 계획을 세웠지만, 연말까지 실제 매출액은 9조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회사를 건실하게 탈바꿈시키기 위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흑자로 전환하며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고는 하나, 이는 명백한 말 바꾸기다. 7조원 규모의 정부 혈세를 지원받은 구조조정 기업의 사장이 자구안 이행과 구조조정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발언을 하는 것도 문제다. 애초 정부와 채권단은 올해까지 대우조선 외형을 매출액 기준 7조원, 인력 8000명 이하로 축소해 새주인을 찾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매출은 2조원, 인력은 1000명을 초과해 '작고 단단한 회사'의 범위를 넘어섰다. 
 
산업은행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위기의식 없이 안이하게 상황 판단을 하는 구태가 여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인력감축, 생산설비 축소와 매각 등 강도 높은 체질개선 작업을 하는 것과도 대조된다. 이는 자구안 이행률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올해 2월까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자구계획 이행률은 100.5%, 71.1%인 데 반해 대우조선은 47.4% 수준에 그친다. 최근 대우조선은 2020년까지 총 자구계획 목표인 5조8000억원 대비 65%의 이행률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앞선 두 곳과는 격차가 있다. 정 사장과 대우조선이 정부 지원에 앞서 그간 수차례 다짐을 해놓고, 지금은 실적 개선을 이유로 아무런 절박함도 반성도 느끼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지윤 산업1부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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