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지옥고'의 민낯이 쇼룸으로 가려질까
입력 : 2018-11-15 06:00:00 수정 : 2018-11-15 06:00:00
"오늘 우리 이 안에 숨어 있다가 자고 갈까? 이런 데서 하루만 살아 보고 싶어" 가난한 소설가 부부는 침대를 사러 간 '이케아'에서 '엉뚱한' 상상을 한다. 부부방, 아이방, 주방, 공부방 등 아늑하고 다양하게 꾸며진 수십개의 '쇼룸' 중 하루 만이라도 한 공간을 차지해보고 싶다는 희망에서다. 그들은 쇼룸들 사이를 헤메고 다니다 정작 사야할 '침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커다란 샹들리에 조명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방 천장에 달아 놓는 순간 지금까지 잘 보이지 않던 삶의 흔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곰팡이가 지워지지 않은 싱크대, 낡아 빠진 행거와 덕지덕지 붙어있는 누런 벽지들.
 
김의경 소설 '쇼룸'의 주인공들은 제각각 '이케아'를 찾는다. 집을 사고 싶지만 살 수 없는 것이 되고, 그래서 그들은 쇼룸으로 가서 집의 이미지를 구매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는 건 '무기력'함이다. 취준생으로, 알바로, 비정규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그들의 집은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케아의 쇼룸에는 있지만 그들의 방에는 없는 것을 발견 했을 때 불안감은 증폭된다. 이케아의 쇼룸이 위장된 삶의 전시라면 내 방은 내 진짜 삶의 형편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케아'조차 못 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케아에 간다는 것은 적어도 자신의 뜻대로 꾸밀 ''이 하나 있다는 의미인데 아직 그들에게는 자신만의 공간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꼭 소설 속 주인공들의 얘기만이 아니다. 제대로 갖춘 ''하나 조차 살기 어려운 시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시원이나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에 거주하는 가구가 37만이나 된다. 통계로 잡히기 어려운 부분을 감안하면 100만이 넘는 가구가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서울 종로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도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다. 고시원에는 53개나 되는 방이 있지만 18000원짜리 간이 스프링클러조차 단 하나도 설치돼있지 않았다. 7명이나 목숨을 빼앗아 간 이번 사고가 또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비주택 가구의 41%가 고시원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고시원 화재가 360여 건이나 발생했는데 38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고시원 5곳 중 1곳은 안전설비가 취약해 행정처분을 받았단다. 고시원은 빈곤층의 주거공간 역할을 하고 있지만 '비주택'이라는 이유로 상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렇게 100만 넘는 가구가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도 전국에 남아도는 '빈 집'100만 가구가 넘는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07만가구로 20년간 약 3배 가량 늘었다. 한 편에서는 집이 없어 아우성인데 다른 한 편에서는 집이 남아돌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최빈곤층의 주거대책을 좀 더 면밀히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잠자는 곳조차 위태로운 주거 사각지대들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도록 해야하고, 빈집을 활용한 대책을 내놓아 최소한의 주거권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100만이 넘는 '비주택' 숫자가 세자리에서 두자리로, 또 한자리까지 줄어들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곳이 이케아의 쇼룸처럼 번듯하지 못할 지라도 나만의 공간이 채워지는 진짜 '보금자리'이길 바란다. 우리 모두는 최소한의 안정적인 주거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
 
김하늬 정경부 기자(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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