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폴더블과 가로본능에 대한 소회
입력 : 2018-08-15 16:49:41 수정 : 2018-08-15 16:49:41
왕해나 산업1부 기자
한 남자가 휴대폰을 든 채 거리를 걷는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있던 여성은 옆으로 길게 누웠고, 음악을 듣던 남성은 표지판 기둥을 잡은 채 다리를 옆으로 뻗었다. 삼성전자가 지낸 2004년 내놓은 ‘가로본능’ 폰의 광고 콘셉트다.
 
가로본능이란 삼성전자가 최초로 채택한, 액정을 가로로 돌릴 수 있는 기능이다. 사진 및 동영상 감상에 편리해 멀티미디어 기능을 주로 활용하는 젊은층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당시 국내에서는 가로본능폰뿐만 아니라 위아래로 닫히는 폴더폰, 액정을 올렸다 내릴 수 있는 슬라이드폰 등 다양한 디자인의 휴대폰이 쏟아졌다. 
 
이제는 접는 폰이 대세가 될 듯하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폴더블폰은 ‘최초’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을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분기 시장에 선보일 전망이다. 차세대 휴대폰 형태인 폴더블폰에 대한 제조사들의 관심은 크다. 화웨이·애플·LG전자·샤오미 등 각 제조사들이 앞다퉈 폴더블폰을 준비 중이다. 그중에서도 화웨이는 오는 11월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폴더블폰은 접었다 펼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유연한 기판과 배터리 등 첨단기술의 집약체다.
 
하지만 폴더블폰이 사용자들에게 얼마만큼의 효용을 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여전하다. 삼성전자는 대화면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장점을 적절히 조합한 패블릿 시장을 개척했다. 현재 스마트폰 디자인으로 굳어진 전후면 카메라, 테두를 최소화한 전면 디스플레이 등도 폴더블폰에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만원에 육박하는 접히는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의 타이틀에만 집착해 시장에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은 피할 수 없다. 
 
폴더블폰은 혁신이 실종된 스마트폰의 미래가 될 것인가. 하드웨어 발전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물건의 기능이 아닌 새로운 경험이다. 애플은 우리나라에서 가로본능폰과 슬라이드폰이 유행한 지 불과 3년 만에 아이폰을 들고 나와 전 세계인들의 삶을 바꿔놨다. 사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내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을 무한대로 창조할 수 있었다. 하드웨어 성능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결국 폴더블폰으로 사용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단순히 화면의 형태와 방향이 아닌, 생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삼성전자의 혁신을 기대한다.
 
왕해나 산업1부 기자(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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