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안전 무시한 비용절감 관행 없애야
입력 : 2018-07-18 14:39:06 수정 : 2018-07-18 16:35:07
최용민 산업2부 기자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장 근로자 개인의 부주의를 탓한다. 사실 안전사고와 관련해 취재를 하기 전에는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그런데 자세히 속을 들여다보니 정말 무책임한 말이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현장에서 일하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근로자가 안전에 크게 신경 쓰지 못하게 만드는 현실 말이다. 이런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지 못한다면 일부 전문가들처럼 안전사고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로 몰아가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근로자가 안전에 신경 쓰지 못하게 만드는 현실은 바로 비용절감이라는 유혹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비용절감은 절대 선이다. 이에 반하는 모든 것은 절대 악으로 치부된다. 문제는 이런 현실에서 안전 문제까지 절대 악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오늘 할당된 일을 처리해야 공사기간이 늘어나지 않고, 도급 받은 액수 안에서 돈을 남기고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정대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모든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안전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취재하면서 만난 중견 건설사 안전관리 담당자는 기자에게 “안전사고가 개인의 부주의라고? 그건 정말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일하다가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 다들 생계가 달린 문제니 그냥 포기를 하는 것이다. 안전에 신경 쓰다 생계를 놓친다면 그것 또한 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죽음이다. 오늘 할당량을 다 채워야 일을 시켜주는데 안전에 신경 쓸 겨를이 있겠나. 그래서 사실 이 직업에 회의를 많이 느낀다. 그런 현실을 알고 있는데 안전에 신경 쓰라고 닦달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 12일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 ‘공공 건설공사 견실시공 및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침에 따라 공공 건설현장에서는 오는 9월부터 일요일 휴무제를 시범도입 후 내년 상반기부터 모든 공공 공사현장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적정공기 반영 및 적정공사비 지급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발주처 직원이 첫 공사책임자 임무를 맡기 전 사업관리교육(2주) 이수를 의무화하고 발주청 역량강화를 위한 직접 감독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가 안전사고 예방에 대해 큰 의지를 갖고 접근하는 것 같아 안도감이 든다. 특히 적정 공사비를 지급하겠다고 의지를 보인 것도 고무적이다. 문제는 공사비 인상이 현장 근로자들까지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건설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 체불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발주처가 직접 임금과 하도급대금 등을 지급하는 ‘임금 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건설현장에서는 편법적인 대리수령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비를 인상한다고 현실이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어도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다.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다면 건설현장 안전사고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안전을 무시한 비용절감 관행이 사라질 경우 어이없이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절감보다 사람이 우선 아닌가. 특히 이런 제도들이 공공공사뿐 아니라 민간공사에도 확대 적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반쪽짜리 제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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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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