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문재인 정부에서 MB식 관치금융 부활하나
입력 : 2018-01-18 08:00:00 수정 : 2018-01-19 08:35:14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07년 7월 선임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 2년차에 본격적으로 시장을 상대로 인사권을 휘두르다, 결국 2009년 9월 당국 제재로 회장 직에서 물러났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2009년 12월 후임 회장 후보로 내정됐지만 당국의 제재 방침에 버티지 못하고 사임했다.
 
이후 2010년 7월에 고려대 총장과 이명박 정부 초기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어윤대 명예교수가 KB금융 회장으로 낙점됐다.
 
당시 금융당국 수장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었다. 금융당국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 인물들이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선임 된 후 2011년에는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낸 강만수 특별보좌관이 산은금융(현 산업은행)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로써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고려대)을 필두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고려대), 어윤대 KB금융 회장(고려대),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청와대) 등 이른바 이명박 정부의 금융권 ‘4대 천왕’ 시대가 열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학연 등으로 이뤄진 인맥이 금융권을 장악한 것이다. 당시 금융당국 수장들보다 이들 4대 천왕의 힘이 세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들의 ‘경영방침=금융정책 추진방향’이라는 공식도 성립될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인사 ‘적폐’의 모습들이 최근 금융권 인사에 재현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노골적 간섭이 핵심 사안이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회장 ‘셀프’ 연임을 지적하며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다루는 듯 보여 시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금감원이 지난 12일 회장 선임절차 중단을 요청하는 등 드러내놓고 하나금융 잡기에 나서면서 우려가 점점 확산하고 있다. 특히 “회장 선임 절차를 일단 보류하고 하나금융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김정태 회장의 제재 가능성까지 밝히며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측근 인사를 금융권 수장에 앉히기 위해 검사 제재를 통해 압박하는 모습과 비슷한 행태다.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규제 정비 등을 통해 바로 잡으면 될 일이고, 영업행위에 문제가 있다면 제재를 하면 된다. 민간 금융사 인사에 제재를 빌미로 직접 개입했던 이명박정부의 관치금융과 뭐가 다른가.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은 최흥식 금감원장 선임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게 시장의 평가 중 하나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 ‘사장’ 출신이다. 선임 자체가 파격이자, 논란의 시작이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금융권에 하나금융 전 회장인 ‘김승유 사단’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최 원장이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넘어 ‘저항’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 회장 인사에 개입하는 모습은 마치 김승유 사단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얘기가 이를 대변한다.
 
금융당국 수장은 올곧게 서 있어야 한다. 국민을 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순수한 의도를 금융권을 뒤흔드는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이 틈을 과거 이명박정부 관치금융 부활의 기회로 삼아서도 안 된다. 그것이 적폐다.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정의’를 외쳤다. 특히 금융당국 수장은 오해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오해받을 것이 자명한데 굳이 오얏나무(자두나무의 고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맬 이유는 없지 않은가.
  
고재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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