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우리는 '호갱'이 아니다
입력 : 2020-10-19 06:01:28 수정 : 2020-10-19 08:47:26
온라인 속어로 눈탱이를 맞는다라는 표현이 있다. 물건 값이나 요금을 실제 가격보다 비싸게 지불해 억울하게 손해를 본다는 뜻 정도 되겠다.
 
그런데 이 눈탱이란 말을 가장 흔히 쓰는 곳이 있다면 수입차 동호회일 듯하다. 부품 한 개 교환하려고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가 이것저것 갈아 끼우다 보면 수리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이 마치 눈덩어리가 커지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조등 하나 교체하려고 AS 센터를 찾았던 직장인 김모 씨도 그랬다. 담당 정비사가 각종 오일과 필터 교체 등을 권유해 견적을 뽑아보니 200만원이 훌쩍 넘었다. 출고한 지 7년 된 김 씨의 차는 중고차 시장 가격이 1000만원 정도인데 차 값의 5분의 1이 넘는 돈을 지불할 생각을 하니 속이 쓰렸다. 결국 사설 정비소에 문의했고, 공식서비스센터가 제시한 가격의 절반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김 씨는 똑같은 오일과 부품으로 교환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가격 차이가 나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돌아다니는 차량 가운데 약 15%가 수입차다. 최근 몇 년 새 국산차 가격은 오르고, 수입차 가격은 조금씩 떨어져서 가격차가 거의 없다 보니 돈 좀 있는 사람들이 타는 수입차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문제는 차를 사고 난 다음이다. 유지비용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교환해야 하는 엔진오일 교체 비용의 경우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평균 3배가 높다. 다른 소모용 부품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인건비에 해당하는 공임비의 경우 국산차는 표준공임이 있지만 수입차는 아예 관련 규정이 없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단순 교환이 아니라 사고가 날 경우엔 그 비용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자동차 보험업계에 따르면 수리비용에 해당하는 사고건당 손해액이 국산차는 1142000원인 반면 고가 수입차는 980만원으로 무려 8.6배나 높았다.
 
단지 수입차라는 이유로 감내하기엔 비용이 턱없이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수입차 고객들은 왜 이렇게 가격차이가 나는지 잘 모른다. 특히 차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더 그렇다. 공식서비스센터에 문의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그저 "'순정 부품'이기 때문혹은 "국내에 없는 부품이라 해외에서 들여와야 해서"이다. 그러나 김 씨의 경우처럼 똑같은 순정부품인데 사설 정비소로 가면 가격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수입차의 고무줄현상은 AS 비용만이 아니다. 차량 가격도 그렇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모델 차량이라도 구입 시기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신차를 내놓고 불과 몇 개월 뒤 가격을 후려치는바람에 미리 차를 산 고객들이 항의하는 일도 비일비재다. 오죽하면 유튜브 등 SNS에 수입차의 할인된 가격을 알려주는 사람들로 넘쳐날까. 이들은 한결같이 호갱이 되지 말라고 말한다.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 상륙한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시장의 투명성은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격과 비용의 투명성 말이다. 여전히 많은 고객들은 스스로 호갱이라고 느끼며, 업체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한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불안하다.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현실을 직시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업체들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장담컨대 이익만을 좇지 않고 고객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합리적인 비용 구조를 만드는 선구자적인 업체가 있다면 이 시장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서른 살 넘은 수입차 업계, 이제는 그렇게 성숙하게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 

이승형 산업부 에디터 sean12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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