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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21세기 바흐가 된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

2020-09-11 17:44

조회수 : 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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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초반부터 힘찬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랑랑은 직사각 화면에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45분 동안 '줌'으로 진행된 화상 영어 인터뷰. 지난 3일 발매한 앨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설명하는 이 자리에서 그는 흡사 15~16세기의 중세인처럼 말을 했다. 바흐의 음악관과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물 흐르듯 거침이 없었다. 꼭 동네 친한 형 얘기를 건너 전하듯...
 
"바흐는 상당히 다혈질이었다고 합니다. 시장에 갈 때마다 검을 들고 다녔다 해요. 누군가가 화나게 하면 꺼내 보였죠. 기사 같은 정신은 그의 음악에서도 느껴지죠."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총 길이가 무려 90분에 달한다. 변주가 30분에 달해 '음악적 에베레스트'라 불리는 곡. 랑랑은 화성적으로도 복잡한 이 곡을 당시 바로크 느낌으로 구현하기 위해 3년을 매달렸다. 그러려면 실제 바흐처럼 사고하고 연주해야 했다. 21세기 바흐가 돼야 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바흐에게 가장 자주 던진 질문에 대한 물음에 "묻고 싶은 것은 정말 많았지만 불가능했다. 차선책으로 바흐를 잘 이해하고 있는 작곡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나 다른 음악가들에게 질문을 대신했다"고 했다. 또 바흐 앞에서 연주했다면 반응이 어땠을 것 같냐 하는 질문엔 "알 수 없다"고 웃으며 "그가 나를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틀림없이 그를 느꼈다"고 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와 제1 변주는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 '비포선라이즈', '양들의 침묵' 등에 쓰일 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G장조가 많이 쓰인 조성의 특성상 힐링의 느낌을 준다"며 "드라마나 영화 중 80% 비율로 이 음악은 잘 어울린다. 영화를 위한 완벽한 아리아"라고 설명했다.
 
작년 한국계 독일피아니스트와 결혼하면서 최근 랑랑은 한국에 대한 관심도 확장 중이라 했다. "장인어른이 항상 맛있는 불고기를 만들어 준다"며 밝게 웃었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음을 이 시기 절감하게 됩니다. 각국의 문화대사가 되거나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연주자로서 노력할 겁니다. 문화와 생각을 연결할 수 있는 다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팬들에게 모두 행복을 빕니다."
 
사진 출처: 유니버설뮤직.
 
기사 분량이 넘쳐 못다룬 내용을 따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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