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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카투사 편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라떼는 말이야'…미 육군 2사단 전투병 시절의 추억

2020-09-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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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병역특혜 의혹과 관련해 카투사(KATUSA, 미군에 증강된 한국군 육군요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 그래서 관련해 간단하게 개인적인 썰을 풀어보겠다. 10년도 넘은 이야기라 지금과는 상황이 좀 다를 수도 있지만 그것은 감안해 주시길.
 
1. 자기소개
 
2000년대 초중반 미육군 2사단(2nd ID) 어느 부대에서 전투병과 카투사로 복무했었다. 상병 중반기 때부터 중대 카투사 대표인 선임병장(Senior KATUSA, 시니어 카투사)을 맡았고, 제대할 때는 미군 중대장 추천으로 '미육군 공로훈장'(ARCOM, 알컴)을 받았다. 나름 군생활 열심히 했다는 소리다.
 
2. 카투사의 정체성
 
카투사는 기본적으로 국군 육군이다. 미군이 아니다.
 
그러나 업무는 미군과 함께한다. 그래서 카투사는 흔히 ‘국군과 미군의 가교’로 표현된다. 국군과 미군의 규율을 동시에 적용받지만, 동시에 양측의 규율을 교묘하게 회피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3. 카투사의 생활
 
육체적으로는 편하다. 기본적으로 주5일 근무인데, 한국 휴일과 미국 휴일 모두 쉬었다. 한국군이니 한국 휴일은 쉬어야 한다. 미국 휴일 때는 미군이 쉬니 일이 없어서 자동적으로 쉰다.
 
일과시간(보통 오후6시)이 끝나면 자유다. 평일 날 외출은 물론, 주말에도 패스(PASS)를 받아 외박을 할 수가 있다. 커퓨(통금시간)까지만 부대에 복귀하면 된다. 가족들이나 친구(!)를 부대 내 자기 방으로 초청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내가 있었던 부대는 이병부터 일병은 3인1실에서 생활했고 상병부터 병장은 2인1실이었다. 나는 선임병장이었기에 1인1실을 사용했다. 방에 컴퓨터와 TV 등을 설치하는 것은 자유고 휴대폰도 소지할 수 있다.
 
부대 내에는 영화관, 수영장, PX, 종교시설, 체육관, 볼링장, 도서관, 음식점 등등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다.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은 영화를 보고, 짜디짠 피자를 배달시켜 먹고, 수영장에서 열리는 바비큐 파티에서 놀고,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부대 바깥에는 각종 음식점과 술집 등 유흥시설이 있다. 그중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카투사가 가는 것은 불법이지만, 일부 간 큰 카투사들은 한국계 미군과 함께 미군인척 놀러 다녔다는 이야기가 종종 있었다.
 
음식은 한국군의 소위 ‘짬밥’보다 훨씬 잘나오지만 부대마다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곳은 최전방인 JSA와 카투사 훈련소인 캠프 잭슨이었다.
 
4. 카투사의 근무강도
 
소속 부대와 직군에 따라 다르다. 복불복이다. 다만 용투사(용산 카투사)가 가장 널널하고, 2사단 전투병이 가장 힘들다는 것이 통념이다.
 
2사단 전투병이었던 나의 생활패턴을 소개하자면 월요일~금요일 기준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면도를 하고 6시까지 집합한다. 이후 비가오든 눈이오든 1시간에서 2시간 사이 아침 운동을 한다. 매주 금요일은 ‘8마일(약 13km) 런’이라고 2시간 이상 뛰었다.
 
아침 운동 후 각자 알아서 아침식사를 하고 보직에 맞춰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근무한다. 점심시간은 11시30분부터 1시까지였던 것 같다.
 
야외훈련은 부대마다 다르다. 후방부대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전투부대여서 매 계절 열흘 이상은 야외훈련에 나갔던 기억이 있다. 훈련 마지막 날 반드시 먹는 스테이크는 아련한 추억이다.
 
5. 카투사의 힘든 점
 
카투사의 고충은 육체적이라기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크다. 100여명의 중대원 중 카투사는 10명도 안 된다.(부대마다 비율이 다르다) 거기에서 무시를 당하지 않으려면 거의 모든 부분에서 미군을 능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영어는 기본소양이다.
 
카투사가 힘들어지는 것은 상병부터다. 미국의 상병은 지휘권이 있는 ‘코퍼럴(Corporal)’과 일반 사병인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나뉘는데, 한국군은 코퍼럴로 분류된다. 병장은 ‘서전트(Sergeant)’로 같다.
 
문제는 미군은 능력이 되는 사람만이 코퍼럴과 서전트가 되고, 한국군은 짬만 차면 상병과 병장이 되는 점이다. 일이병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상병을 달면서 일부 미군들은 능력이 안 되는 한국군 상병과 병장을 견제하거나 대놓고 무시하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물론 이런 부분을 죄다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가는 카투사들도 있다. 사고를 많이쳐서 이병으로 제대한 어느 카투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뭐 국방부와 펜타곤의 시계는 멈추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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