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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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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오늘의 재테크)주유소 리츠, 배당 좋지만 사업성 ‘글쎄’

주유소 판매량·마진 감소…부지 개발 가능성 천차만별

2020-09-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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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주유소에서 임대료를 받아 배당하는 리츠(REITs)가 상장했다. 현재 시장의 관심이 성장주 등에 쏠려 있어 공모 당시부터 외면 받았으나 배당 투자 후보로는 괜찮아 보인다. 다만 장기간 고전 중인 국내 주유소업계의 현 상황이 이 리츠 상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31일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코람코에너지리츠(357120)는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5000원)를 밑돌며 4735원으로 마감했다. 상장 사흘째인 이날도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리츠는 현재 증시에서 철저히 소외돼 이같은 흐름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달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공모 청약에서 기록한 경쟁률은 1.54대 1에 그쳤다. 이날까지 청약을 받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와는 정반대다. 상장 후 뻔히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분위기에서 공모가로 주식을 인수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리츠에서 기대하는 본연의 역할인 배당에는 문제될 것이 별로 없는 상품이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전국 187개 주유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서울과 경기인천, 지방 광역시 등에 산재한 SK네트웍스 소유 직영 주유소들을 한꺼번에 인수해, 각 주유소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재원으로 배당을 하는 구조로 돼 있다. 임대료는 2030년까지 확정돼 있어 예정된 배당을 받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리츠가 보유한 전국 주유소 현황. <출처: 증권신고서>
코람코자산운용은 배당의 재원이 될 임대수익을, 작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약 226억원. 2기부터 10기까지 4년6개월 동안에는 총 2038억원으로 추정했다.  
 
임대료의 83%는 주유소와 세차장, 편의점 등 유외사업에서 발생한다. 현대오일뱅크에서 나오게 된다. 6%의 임대료는 187개 주유소 중 78개소에 입점해 있는 스피드메이트 등 차량정비업체에서 나오게 된다. 이건 SK네트웍스에서 나오는 돈이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것이 없다. 남은 건 리츠의 자산 즉 주유소 사업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여러 리츠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리츠 소유 부동산의 임대차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배당 재원인 임대료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재계약 우려, 임대료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주유소라고 여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현재 전국 주유소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운행량 감소, 유가 하락과 판매마진 악화, 여기에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주유소 간 경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주유소 숫자가 포화상태에 이른 것은 10년도 더 지난 일이고, 지역별 주유소 간 판매가격 경쟁도 치열해 판매량을 올리는 데는 무리가 있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한국석유공사가 직접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알뜰주유소가 낮은 가격을 앞세워 판매량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주유소들은 판매가 감소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주유소 중 알뜰주유소의 판매 비중은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더구나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등 석유연료를 쓰지 않는 차량이 증가할 전망이어서 각 주유소들의 판매량은 더욱 감소할 수밖에 없다. SK주유소에서 현대오일뱅크로 폴(간판)을 바꿔 단 것도 OK캐시백 충성도를 감안하면 긍정적이지 못한 부분이다. 
 
결국 2030년까지 약속된 임대료(배당)를 제외하면 코람코에너지리츠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개발 이익밖에 없다. 기름 팔아 큰 부자 되는 세상이 아니므로 결국 땅의 가치가 남을 텐데 주유소 부지를 개발할 경우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이것도 보장된 미래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별 주유소의 입지와 개발 가능성은 찬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187개 주유소 중 서울 소재 주유소는 20곳에 그친다. 경인지역이 75개소, 지방 광역시는 39개소, 나머지 지방 소재 주유소가 53개소다. 
 
서울 소재 주유소 중 2309㎡(700평) 부지로 규모가 큰 편인 신월동 남부순환셀프주유소의 전경. 리츠에 소유권이 넘어간 후 현재는 현대오일뱅크 폴로 바뀌었다. 리츠가 소유한 서울의 다른 주유소들은 이 부지의 절반에 그친다. <사진출처: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상의 주유소 대지면적을 참고하면, 서울 소재 20개 주유소들은 평균적으로 1177㎡, 357평 정도 부지에 올라 있다. 이용고객이 느끼기엔 작은 규모의 주유소다. 대지면적은 지방으로 갈수록 넓어진다. 경기인천 75개 주유소들은 평균 1713㎡(약 519평). 광역시와 그 외지역 평균은 1788㎡(542평)이다. 
 
평균 감정가는 서울 주유소가 평균 125억원으로 경기인천의 61억원의 곱절을 넘는다.
 
그러면 이들 주유소가 전부 개발했을 때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투자설명서에는 187개 주유소의 입지와 공시지가 추이 등에 대한 정보가 잘 정리돼 있다. 다만 각 주유소의 유류 판매량이나 개발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나와 있지 않아 사업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코람코자산운용 관계자는 “증권신고서에 공개하지 않았을 뿐 현재 개발을 검토 중인 곳이 있다”며 “주유소를 허물고 건물을 올리지 않더라도 유휴부지를 활용하거나 QSR(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 등의 임차인) 교체로 인한 임대료 인상 등 추가로 자산가치를 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실제 주유소 부지를 개발해 이익을 내는 초기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오직 배당에만 초점을 맞춰 투자할 만한지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람코자산운용이 제시한 예상 배당수익률은 연 6.2~6.3% 정도다. 5월과 11월, 1년에 두 번 결산하므로 6개월마다 주당 150~160원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하락한 현재 주가(4800원 기준)로 매수할 경우 연 6.4% 정도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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