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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추미애 검찰개혁', 제대로 가고 있나

2020-08-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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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직제 개편과 함께 대검찰청 인권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검찰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방안 저변에 깔린 핵심 목표는 국민의 인권보호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이 취지를 이어받아 2018년 7월13일 하반기 고검검사급 인사와 함께 대검 인권부를 공식 도입했다. 형사절차와 관련한 인권정책 수립, 피해자 보호, 인권감독 및 인권침해 조사, 양성평등 업무 등 인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대검 인권부의 주 임무였다. 
 
대검 인권부의 시작은 ‘참여정부’ 때다. 당시 검찰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허영 전 연세대 교수)는 2007년 10월8일 마지막 회의인 제15차 회의에서 '구속기준 정립', '고소제도 정비', '범죄피해자 보호', '공판중심주의 대책' 마련과 함께 '대검 인권부 신설'에 관한 자문위 의견을 법령 개정 또는 제도 개선에 적극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이어지면서 대검 인권부 설치는 좌절됐다. 이후 10년이나 지나서야 촛불정부 출범과 함께 대검 인권부 설치는 비로소 현실화 됐다. 이 때문에 대검 인권부는 ‘촛불혁명을 통해 검찰이 국민 보호기관으로 돌아간다’는 일종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2019년 2월15일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검찰개혁의 중간 성과로 "검사 직접수사 기능을 줄이고, 인권보호를 위해 인권부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발걸음은 더뎠으나 대검 인권부는 뚜벅뚜벅 걸었다. 2019년 5월 첫 사업으로 검찰이 수용자를 소환하면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소환 사유 입력을 의무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한명숙 전 총리 공판 위증 의혹’과 같은 비극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다. 한 달 뒤에는 검찰로 송치된 구속 피의자에 대해 인권감독관이 직접 면담을 실시하도록 했다. 역시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공백이 생길 수 있는 피의자 인권 보장책이다.
 
이 외에도 △피의자에 대한 수갑이나 포승 등 보호장비 해제 △범죄피해 청소년과 보호자들을 상대로 하는 '심리치유 프로그램' 실시 △구금된 피의자의 구속 관련 자동고지 제도 △민원인을 돕는 전문인권상담사 면담제도 △외국인 피의자를 위한 체포·구속영장 번역 지원 △가장이 검거된 가족들에 대한 생계지원제를 현실화 했다. 2019년 12월1일부터 법무부령으로 시행된 '인권보호수사규칙'의 실무적 파트너도 대검 인권부였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직제개편안을 보면, 대검 인권부를 폐지하고 대검 차장검사 산하 인권정책관실로 ‘재편’하겠다는 것이 추 장관 복안이다. 그러나 이것은 ‘재편’이 아니라 검찰의 인권보호 기능을 축소하고 격하하는 조치다. 당장, 지금까지는 검사장인 대검 인권부장이 직접 일을 틀어쥐고 검찰총장의 명을 받아 업무를 추진했지만, 대검 차장 산하로 들어가게 되면 직제상 그만큼 힘을 받지 못하게 된다.   
 
법무부는 대검 인권부 폐지 이유로, ‘설치 취지와 달리 인권자문관은 운용되지 않고 인권침해 사건 관련 업무는 감찰부 분장사무와 중복된다’고 설명하면서 인권감독과는 감찰부로 이관하고 피해자인권과는 형사부로 통합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별개의 독립된 부에서 상호기능하던 인권부서를 찢어 이리저리 나누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특히 연혁적으로, 인권수사 감독이나 피해자인권 보호는 감찰부와 형사부 등 수사부서에서 당연히 수행했어야 할 의무였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치된 것이 대검 인권부인 것을 보면, 어느 모로 보나 부자연스럽고 진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감찰부와 형사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형사부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업무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불필요한 혹을 붙이는 셈이라는 것이 검찰을 넘어선 법조계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추 장관이 대검 인권부를 폐지하는 진짜 이유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보복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초기 추 장관은 감찰을 지시했으나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를 앞세워 튕겨냈다. 전말을 소상히 살펴야 하겠으나 진정 총장이 직제 시스템을 악용했다면 총장을 해임하면 될 일이다. 대부분의 제도와 정책 시스템의 오류는 운용하는 사람이 원인이지 그것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수마에 깊은 상처를 입자마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신음하는 국민이 보는 지금의 검찰 직제개편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당위성을 빗겨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싸움’이라는 격 낮은 가십거리가 되어 가고 있다. 소통의 부재와 절차적 정당성의 결여가 원인으로, 대검 인권부 폐지 결정에서 그 단면이 보인다. 추 장관이 맡아 추진하는 지금의 검찰개혁 방향이 과연 촛불정부의 초심인지, 무엇보다 국민의 뜻이고 국민을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최기철 법조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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