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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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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진실이 이끄는대로…"반갑습니다. 최기철입니다."
대법 전합 "금전채권자, 채무자 대위한 공유물분할 청구 안돼"

"법이 인정 안 한 일괄경매신청권 부여하는 셈…종전 판례 모두 변경"

2020-05-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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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채무자의 사실상 남은 재산이 부동산 공유지분 뿐인 경우, 선순위 담보권자들이 공유지분에 대한 담보권 행사를 포기하더라도 금전채권자는 채무자를 대위해 공유물분할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부동산에 관한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를 인정해오던 종전의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1일 모 대부회사가 채무자 권모씨와 아파트를 공유하고 있는 또다른 권모씨를 상대로 낸 공유물분할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에 따라 이번 판단과 배치되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이번 판결 선고와 함께 모두 변경됐다. 
 
대법원 대법정. 사진/대법원
 
사건의 쟁점은 금전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해 사실상 채무자의 유일한 재산(책임재산)인 부동산 공유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다. 대법원은 그동안 채무자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 공유지분이, 근저당권 등 선순위 권리자들의 담보권 행사로 경매절차에 들어갔지만 취소된 경우, 후순위인 금전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해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2명 중 8대 4의견으로 이를 뒤집었다. 금전채권자의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보전되거나 증가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런 권리를 인정한다면 일반채권자인 금전채권자에게 법이 인정하지 않는 일괄경매신청권을 부여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재판부는 "금전채권자는 채무자의 공유지분을 강제집행해 채권의 만족을 얻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대위행사가 책임재산의 감소를 막거나 책임재산을 증가시킨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공유부동산 전체를 매각하면 공유지분만을 매각할 때보다 공유지분의 매각대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가능성만으로 법률적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늘어난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런 경우 금전채권자의 대위행사를 허용하면 공유물분할이라는 형식을 빌려 실질적으로는 법이 인정하고 있지 않은 일괄경매신청권을 일반채권자에게 부여하게 된다"면서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대위행사가 반드시 금전채권의 만족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현물분할 원칙에 따라 공유부동산이 현물로 분할되면, 분할된 부동산 역시 근저당권의 공동담보가 되기 때문에, 강제집행이 곤란한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결국 채권자대위권 행사로 공유물 전부가 경매되는 결과는 공유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공유물이 분할되면, 채권자의 대위권 행사는 아무런 실익 없이 공유자로 하여금 원하지 않는 시기에 공유물분할을 강요하는 결과만 초래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부회사는 채무자 권씨에 대한 양수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채무초과 상태인 권씨에게 남은 재산은 상속받은 경기 부천에 있는 모 아파트 7분의 1에 대한 공유지분 뿐이었다. 그러나 이마저 해당 아파트 전체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근저당권자는 아파트에 공유지분에 대해 강제집행을 실행했으나 최저매각 가격이 압류채권액에 미치지 못하자 경매를 취소했고, 권씨가 자신의 지분을 처분하지 않자 후순위권자인 대부회사가 권씨를 대위해 나머지 공유지분권자를 상대로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대부회사가 금전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데도 무리하게 소송을 냈기 때문에 소송의 이익이 없다면서 각하했다. 그러나 2심은 대부회사의 청구를 받아들여 "해당 아파트를 경매에 부쳐 그 대금에서 경매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원고에게 1/7, 피고에게 6/7의 비율로 분배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권씨 지분 외 공유지분을 가진 공유지분권자가 상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법원행정처장을 뺀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되나 이번 판결에는 조희대 대법관이 지난 3월4일 퇴임해 빠졌기 때문에 12명이 합의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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