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유지훈

(가요 초점)음악, ‘열렬한’ 레트로 사랑

“복고 콘텐츠, 밀레니얼 세대엔 ‘트렌디함’으로 읽혀”

2020-04-12 00:00

조회수 : 5,15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2019년의 핵심 키워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결합시킨 뉴트로(New-Tro)였다. 사람들은 체크 패턴 오버핏 자켓을 입었고, 2000년대 초반에 열풍을 일으켰던 게임들은 리마스터(Remaster)’ 혹은 클래식(Classic)’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재탄생했으며, 식품업계는 생산을 중단했던 과거 제품을 연달아 선보였다. 누군가에게는 호기심,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향수로 다가온 뉴트로 열풍은 2020년까지 계속된다.
 
가요계도 뉴트로의 시대가 열렸다.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은 SBS의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이었다. 그저 1999년 방송됐던 인기가요를 편집 없이 송출했을 뿐이었지만 호응은 뜨거웠다. 인기는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려 최근에는 18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사람들은 채널에 몰려들어 각양각색의 반응을 쏟아냈다. 파격적인 퍼포먼스의 이정현, ‘Hey Girl’을 열창하는 장혁, 레전드 아이돌이라 불리는 SES, H.O.T., god의 무대는 옛 향수를 건드리는 동시에 최근의 가요계를 돌아보는 새로운 재미를 안겨줬다.
 
추억은 양준일을 한국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1991년 싱글리베카로 데뷔한 그는가나다라마바사’ ‘Dance with me 아가씨등으로 활동했으나 2집 활동 후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던 그는 최근 유튜브에 불어든 레트로 열풍 때문에 재조명됐고, ‘탑골 GD’라는 애칭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유튜브에서 주목받은 후 기자회견을 개최한 양준일. 사진/뉴시스
 
JTBC ‘슈가맨3’ ‘뉴스룸에 초대되는 영광을 누렸고 음료, 화장품, 홈쇼핑 등 광고계에서는 양준일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2020년 초반의 양준일은 인기 아이돌 그룹보다 더 큰 파급력을 지닌 아이콘으로 사랑 받았고, 앞으로도 이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특집으로 꾸며졌던 토토가가 추억의 뮤지션을 전면에 내세워 35.9%(닐슨코리아, 분당 최고 시청률)라는 기록을 달성하고 출연자들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줬다는 것은 비슷한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양준일의 경우 토토가출연진들처럼 별다른 히트곡도, 팬덤도 없었다. 최근의 뉴트로 열풍은 예상을 뛰어 넘는 파급력을 가진 새로운 트렌드다.
 
 
레트로를 전면에 내세운 치스비치의 커버 이미지. 사진/치스비치
 
 
대놓고 복고콘셉트를 내운 뮤지션도 있었다. 싱어송라이터 치즈, 스텔라장, 러비, 박문치로 구성된 4인조 그룹 치스비치가 그랬다. 멤버들의 자발적인 협업으로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한 치스비치는 음악부터 자켓,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콘텐츠에 90년대 향수를 얹었다. 첫 싱글 ‘SUMMER LOVE…’는 갈매기 소리의 인트로, 레트로 풍 드럼 소스와 신디사이저, “네가 나의 여름이 되어 줄래와 같은 순진무구한 가사가 타임머신을 탄 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뮤직비디오와 자켓은 SES, 핑클 등 90년대 인기 걸그룹을 오마주해 눈길을 끈다. 비록 큰 호응은 없었지만 나름 레트로 열풍을 등에 업고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음악 예능프로그램도 과거로 돌아갔다. ‘SBS KPOP CLASSIC’이 그저 과거 방송을 송출하는 데 그쳤다면, 방송사는 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기획을 만들어내고, 추억의 인물들을 직접 초대한다.
 
 
슈가맨에 출연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씨야. 사진/슈가맨 캡처
 
 
JTBC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이하 슈가맨’)’ 2015년 첫 선을 보인 후 인기에 힘입어 최근 세 번째 시즌까지 인기리에 끝마쳤다. 이수영, 자자, 김사랑, 더 크로스, 진주, 신신애, 프리스타일, 여행스케치, 45RPM, LPG, 이소은, 태사자 등 근황이 궁금했던 추억의 뮤지션들은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왔다. 후배들은 그들의 노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무대를 꾸미는 것으로 화답했다. 특히 알앤비 발라드 그룹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씨야는 슈가맨출연 후 큰 화제를 모았으며 5월 중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할 계획도 전했다.
 
음악 예능의 남다른 레트로 사랑은 KBS Joy ‘이십세기 힛트쏭’, KBS2 ‘악인전’ E채널 탑골 랩소디 : K-POP도 통역이 되나요?’, Mnet ‘퀴즈와 음악 사이’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등이 연달아 편성됐다는 것으로도 체감할 수 있다. ‘이십세기 힛트쏭KBS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음악 자료를 기반으로 올드 케이팝을 소환하고 재해석해 대중이 원하는 뉴트로 감성의 갈증을 해소하는신개념 뉴트로음악 예능이다. ‘인간 주크박스라 불리는 김희철과 ‘4차원 엉뚱 매력김민아가 MC를 맡아 순항 중이다.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이십세기 힛트쏭, 탑골 랩소디, 악인전. 사진/Mnet, KBS Joy, E채널, KBS.jpg
 
 
탑골 랩소디는 레트로, 경연, 외국인 출연자 등 인기 트렌드 세 가지를 버무렸다. ‘탑골 가요라 불리는 K팝 명곡을 외국인들이 커버해 경연을 펼치고, 1절은 한국어로, 2절은 모국어로 번안해 새로운 재미를 꾀했다. 여기에 90년대 후반 가수로서 인기를 누렸던 룰라 이상민과 채정안이 MC를 맡아 이해를 높인다. ‘악인전은 음악 늦둥이와 전설적인 음악인의 콜라보를 준비 중이다. 코미디TV지지고 복고는 음악 예능을 표방하지는 않지만 티저를 통해 서태지, 보아 등과 얽힌 장면들을 내보내며 프로그램 초반의 흥미를 음악으로 끌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Mnet도 개국 25주년을 기념해 레트로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로고는 95년 개국 당시 선보였던 8분음표 모양의 로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내걸었다. SNS를 통해서는 ‘25 Moments of Mnet’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화제를 모았던 Mnet의 순간들을 공개 중이다. ‘Beyond Music’, ‘Music Makes One’ Mnet을 대표했던 슬로건 변천사, ‘엠카운트다운까지 이어진 Mnet 주간 음악 프로그램의 역사, 1999년 영상 음악 대상으로 시작해 아시아 음악 시상식으로 성장한 ‘MAMA’의 역사 등도 차례차례 베일을 벗고 있다.
 
 
Mnet 25주년 기념 로고.
 
 
편성 프로그램도 Mnet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쇼미더머니시리즈로 사랑 받았던 Mnet 1세대 래퍼들을 초대해 최근 활동 중인 쇼미더머니’ ‘고등래퍼출신 신예들과 콜라보 무대를 선보이고 있으며, ‘퀴즈와 음악 사이는 추억의 노래와 관련된 퀴즈를 풀어내며 공감을 얻고 있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다시보는 Mnet’ 카테고리를 신설해 너의 목소리가 보며’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언프리티 랩스타의 명장면을 업로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레트로 열풍에 대해 한 가요 홍보 마케팅 관계자는 “8, 90년대의 음악은 요즘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요소로, 30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체로 작용한다. 타겟을 어떻게 선정했던 모두 홍보의 측면에서 보면 유효하다가요계는 늘 새로움을 쫓아왔다. 레트로 콘텐츠는 요즘 세대들에게 새롭다는 감상과 더불어, 쿨하다’ ‘트렌디하다라고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커졌다고 전했다.
 
또한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레트로와 음악의 결합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트렌드다. 유튜브가 자리를 잡으며 네티즌들은 과거 방송분을 찾아보는 경향이 생겼다. 이미 방송사에는 많은 자료가 아카이빙 되어 있어 유튜브에 업로드하며 호응을 얻었다. 이제는 이 자료들을 그냥 업로드하는 것이 아닌, 재 편집해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흐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 유지훈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