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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이쿼녹스’에서 교훈얻은 한국지엠, 올해 회복 나선다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경쟁력 갖췄다는 평가…노사 '위기인식'에 공감

2020-01-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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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한국지엠이 올해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출시를 계기로 부진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 신차에 높은 가격 책정을 하면서 경쟁력 약화를 자초했다면 이번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노사 모두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는 위기감을 인식하면서 협력에 나선 점도 올해 회복을 점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16일 트레일블레이저를 공식 출시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출시행사에서 “쉐보레 SUV 라인업을 강화할 트레일블레이저는 운전자의 개성을 극대화하고 소비자 경험을 확대할 수 있는 SUV”라며 “개발부터 생산까지 한국에서 리드한 쉐보레의 글로벌 SUV이지, 브랜드 미래를 이끌 차세대 핵심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8년 5월, 경영정상화를 위해 5년간 15개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스파크’와 ‘말리부’의 부분변경모델, ‘카마로’를 비롯해 중형 SUV ‘이쿼녹스’, 대형 SUV ‘트래버스’, 픽업트럭 ‘콜로라도’ 등을 선보였다. 트레일블레이저는 7번째 모델이며, 한국지엠은 향후 3년간 8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한국지엠
 
이번에 선보인 트레일블레이저는 예상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향후 실적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격은 △LS 1995만원 △LT 2225만원 △Premier 2490만원 △ACTIV 2570만원 △RS 2620만원이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돼 소형 SUV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아자동차 ‘셀토스’의 가격대(1965만~2865만원)와 비슷하다. 준중형 SUV인 현대차 ‘투싼’의 가격대가 2297만~335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트레일블레이저 가격은 경쟁력이 있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은 한 체급 낮은 셀토스나 쌍용자동차 ‘티볼리’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다”면서 “준중형 라인업에서는 경쟁 모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마케팅이 뒷받침된다면 인기를 모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지엠의 이번 가격 책정은 과거 이쿼녹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지엠은 2018년 6월, 이쿼녹스를 야심차게 출시했다. 하지만 가격대를 2987만~3892만원으로 잡으면서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쿼녹스는 2018년 1718대, 2019년 2105대 판매에 그쳤다. 같은 중형 SUV인 현대차 ‘싼타페’가 2018년 10만7202대, 2019년 8만6198대의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김성갑 노조위원장(왼쪽 두번째)이 트레일블레이저 출시행사에 참여하는 등 노사가 위기감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싼타페의 가격대는 2745만~4165만원인데, 이쿼녹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편의·안전사양이 적용된 점을 감안하면 이쿼녹스의 가격 책정은 실패했다는 게 출시 당시부터 제기된 지적이었다. 과거 한국지엠은 준중형 세단 ‘크루즈’의 가격을 높게 설정하면서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K3’에 크게 밀렸고 결국 단종의 길을 걸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지엠의 트래버스 출시를 앞두고 ‘초기 가격대가 500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트래버스 가격은 4520만~5522만원으로 경쟁 모델인 포드 ‘익스플로러’의 6080만원보다 낮다.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가격대(3540만~4490만원)보다는 높지만 기아차 ‘모하비’(4790만~5355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트레일블레이저 가격을 정할 때 매우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국내에서 개발, 생산되고 있는 점도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정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이 지난 2018년 2월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밝힌 이후 노사는 대립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가 진행됐던 지난 16일, 김성갑 노조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했다. 2018년 11월 말리부 출시 당시 노조 조합원들이 출시행사장 부근에서 피켓시위를 전개했던 점과 비교하면 노사 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지엠이 지난해 선보인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모습. 사진/한국지엠
 
또한 김 지부장이 과거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다가 두 차례 부당해고 후 복직되는 등 강성으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례적이라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러다가 정말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노사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이 지난해 8월 콜로라도, 9월 트래버스를 출시하고 본격 인도에 나선 11월부터 실적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올해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월 4000~5000대 수준을 판매했지만 11월 6720대, 12월 8133대로 증가했다. 트레일블레이저가 가세한다면 월 1만대를 전후한 판매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국지엠은 올해 초대형 SUV ‘타호’를 비롯해 픽업트럭 ‘실버라도’, 스포츠카 ‘콜벳’ 등의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트래버스, 콜로라도에 대한 국내 시장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다른 모델의 도입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단계는 아니며 시장성을 조사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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