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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북한의 신년메시지, 김정은 '워딩'만 떼서 보기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나가자”

2020-01-01 16:56

조회수 : 2,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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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3년 취임 후 처음으로 '육성신년사'를 내놓지 않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회의 결과를 사실상의 신년사로 제시했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중앙통신이 이를 전달하면서, 일부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언급하시었다'는 식으로 간접 인용했고, 일부는 직접 인용했다는 점이다. 간접인용보다는 직접인용이 중요하고 정치적 무게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1일자 조선중앙통신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의 멘트를 직접 인용한 것만 따로 발췌해 봤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3일회의가 30일에 계속 진행 되었다고 31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1.
 
국방과학기술의 선진국들에서만 보유한 첨단무기체계들을 개발하는 방대하고도 복잡한 이 사업은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혁신적인 해결책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우리스스로 찾을 것을 전제로 하였으며 이 모든 연구과제들은 주체적 력량 즉 우리의 믿음직한 과학자, 설계가, 군수로동계급에 의해 완벽하게 수행되였습니다.
 
이는 위대한 승리로 되며 당에서 구상하던 전망적인 전략무기체계들이 우리의 수중에 하나씩 쥐여지게 된 것은 공화국의 무력발전과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보위하고 담보하는데서 커다란 사변으로 됩니다.
 
첨단국방과학의 이 같은 비약은 우리의 군사기술적 강세를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들고 우리 국력의 상승을 더없이 촉진시킬 것이며 주변정치정세의 통제력을 제고하고 적들에게는 심대하고도 혹심한 불안과 공포의 타격을 안겨줄 것입니다.
 
앞으로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관계의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게 되여있으며 더욱더 막다른 처지에 빠져들게 되어있습니다.
 
2.
 
우리에게 있어서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수는 없습니다.
 
세기를 이어온 조미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여 명백한 대결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핵문제가 아니고라도 미국은 우리에게 또 다른 그 무엇을 표적으로 정하고 접어들 것이고 미국의 군사정치적 위협은 끝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3.
 
적대세력들의 제재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을 강행해야 합니다. 정면돌파전은 우리 혁명의 당면임무로 보나 전망적인 요구로 보나 반드시 수행해야 할 시대적과제입니다.
 
만일 우리가 제재해제를 기다리며 자강력을 키우기 위한 투쟁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다면 적들의 반동공세는 더욱 거세여질 것이며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자고 덤벼들 것입니다.
 
우리가 자체의 위력을 강화하고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값진 재부들을 더 많이 창조할수록 적들은 더욱더 커다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며 사회주의승리의 날은 그만큼 앞당겨질 것입니다.
 
모든 당 조직들과 일군들은 시대가 부여한 중대한 임무를 기꺼이 떠메고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적들의 제재봉쇄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나가자!》,이것이 오늘 전당과 전체 인민이 들고나가야 할 투쟁구호입니다.
 
4.
 
오늘의 이 사회주의운명의 기로에서의 승과 패의 결정은 오직 우리 당의 단결된 위력과 그 향도적역할에 달려있습니다.
 
우리 당은 봉착한 난관들앞에서 정확한 자기의 령도력을 발휘할것이며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것입니다.
 
우리 당은 꿋꿋이 뻗치고 서서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적대세력들에게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할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 인민들과 고락을 함께 할것입니다.
 
5.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의 기본사상, 기본정신은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을 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하여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우리가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리라는 꿈은 꾸지도 말아야 하며 사회주의건설의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난관을 오직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의 투쟁에서 객관적요인의 지배를 받으며 그에 순응하는 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으로 뚫고나가 객관적 요인이 우리에게 지배되게 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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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의 기사에 나오는 김정은의 직접발언 메시지는 5가지로,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있다. 1. 우리는 군사기술적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준에 도달했다. 2.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은 불가피하고 내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3.4.5 정면돌파를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등이다. 
 
신년사를 보도형식으로 대신한 것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이번 결정이 김 위원장 개인의 결정이 아닌 노동당 전체의 뜻이라고 강조하는 측면이다. 동시에 김 위원장 개인의 결정이 아니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북미 탑다운 교섭을 통해 변경이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신년사에서 특이한 점은 미국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향한 비판은 없으며, 남측에 대한 언급도 없다는 점이다. 굳이 찾는다면 '미국을 추종하는 적대세력들'로 보인다. 남측을 '패싱'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유력하지만, 의도적인 무시로 남측과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참고로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총 4가지 의정이 상정됐고, 8가지 사안이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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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회의에 상정된 의정들은 
 
1. 조성된 대내외형세하에서 우리의 당면한 투쟁방향에 대하여
 
2. 조직문제에 대하여
 
3. 당중앙위원회 구호집을 수정보충할데 대하여
 
4. 조선로동당창건 75돐을 성대히 기념할데 대하여
 
등이다. 이에 채택된 사안은 
 
첫째, 나라의 경제토대를 재정비하고 가능한 생산잠재력을 총발동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수요를 충분히 보장할 것이다.
 
둘째, 과학기술을 중시하며 사회주의제도의 영상인 교육, 보건사업을 개선할 것이다.
 
셋째, 생태환경을 보호하며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인 위기관리체계를 세울 것이다.
 
넷째, 강력한 정치외교적, 군사적공세로 정면돌파전의 승리를 담보할 것이다.
 
다섯째,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강화하고 도덕기강을 세우며 근로단체조직들에서 사상교양사업을 짜고들 것이다.
 
여섯째, 혁명의 참모부인 당을 강화하고 그 령도력을 비상히 높여나갈 것이다.
 
일곱째, 혁명의 지휘성원인 일군들이 사회주의건설의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난관을 뚫고나가기 위한 정면돌파전에서 당과 혁명, 인민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분투할 것이다.
 
여덟째, 각급 당조직들과 정치기관들은 이 결정서를 집행하기 위한 조직정치사업을 짜고 들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을 비롯한 해당 기관들은 결정서에 제시된 과업을 철저히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조치를 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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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북한의 투쟁방향은 일단 적극적인 경제개발을 통해 내부를 안정시키고, 적극적인 정치외교, 군사공세로 지금의 국제사회 제재를 풀어보겠다는 뜻이다. 과거의 선군정치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다만 문제는 적극적인 정치외교, 군사공세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다. 또 그러한 적극적인 행동이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 낼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자칫 북한이 상대방의 변화를 위해 자칫 '레드라인'을 넘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결국 우리의 '중재자, 운전자'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3일회의가 30일에 계속 진행 되었다고 31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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