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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서울동부지법에서 목격한, 인간 삶의 고단함

2019-12-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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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 주재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 사건 결심공판이 있었습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사건에 연루된 피고인들이 출석한 가운데 검찰의 구형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징역 10개월~1년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검찰 구형과 각 변호인들의 최후변론에 이어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있었습니다. 듣다 보니,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외에도 겹치는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조 회장 - 1957년 시골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때문에 법조인의 꿈을 접었지만 금융인으로서 새로운 꿈을 펼치고자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했습니다. 편견 속에서도 성실과 긍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했습니다. 35년 동안 성실을 바탕으로 금융인의 신뢰를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피고 K모씨 - 초등학교 4학년 때 전깃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났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서울에 올라와 9급 공무원으로 넉넉하지 못한 형님 밑에서 생활했습니다. 30년 간의 신한은행 생활은 제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피고 L모씨 - 저는 저를 포함한 4명의 가장입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봉양해야 합니다. 제 처는 전업주부이고 아들들은 아직 학생입니다. 앞으로도 저의 많은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저 또한 2012년 모 지점에 부임하면서 스트레스로 명현현상을 앓았던 환자이기도 합니다.
 
피고 B모씨 - 제 자녀들에게 신한은행에 지원하라는 말도 안했습니다. 실제 자녀들은 지원하지 않았고 현재 모두 취업준비생으로 있습니다. 취업준비생 두 딸을 둔 상황에서 남녀차별 채용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게 답답한 심정입니다.
 
이밖에 다른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을 듣다 보니 어린시절 가난,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가치가 상당수 겹쳤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재판 자체의 결과와 별개로 인간의 삶이 ‘희노애락’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진/뉴시스
 
최한영 금융부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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