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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어른이 된 악동뮤지션과의 ‘항해’

2019-10-10 09:21

조회수 :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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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케이팝스타 시즌2’ 속 악동뮤지션의 무대는 아직도 선명합니다. 당시 두 사람은 ‘외국인의 노래’라는 곡을 불렀습니다. 양장을 입고 나란히 앉아서 노래했고, 심사위원들은 다양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했습니다. 우리 가족도 심사위원들 같은 얼굴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가사였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어메이징하고, 마벨러스하고, 엑설런트하고, 어썸하고, 판타스틱하고, 엘레강트하다고 마음을 표현하는 노랫말이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사랑노래가 연인에게 구애해왔지만 이런 방식은 처음이었습니다. 화자를 외국인으로 바꿨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표현은 다채로워졌습니다. 항상 일정한 틀에 갇혀서 클라이언트의 입맛에 맞는 노랫말을 쓰던 작사가들은 아마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표현에 거침없는 악동뮤지션에 부러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오랜 날 오랜 밤’의 ‘별 하나 있고/ 너 하나 있는/ 넌 화나 있고’와 같이 운율을 살리는 가사는 악동뮤지션의 노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특징입니다. 연인에 고백하기 전 ‘간장콩장콩장장’이라며 입을 푸는 것을 노래로 표현하는 ‘200%’의 발칙함도 좋습니다. ‘다이노소어’는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 찬혁을 깜짝 놀라게 한 공룡 꿈 에피소드를 가사로 풀어냈습니다. 여기에 악동뮤지션이 처음으로 시도했던 EDM, 하우스 장르가 곁들여져 순수함을 더합니다. 친구들과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할 때 항상 선곡했던 노래입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는 악동뮤지션만이 다룰 수 있는 주제였습니다. 어느 누가 사람들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에 대한 신비를 느끼고 가사를 쓸까요.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에 대한 감탄을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표현하는 재기 발랄함까지 완벽합니다. 이제 막 풋풋함을 벗는 자매의 노래에는 그들만의 표현이 가득했습니다.
 
찬혁은 군대에 다녀왔고 악동뮤지션은 2년 만에 새 앨범 ‘항해’를 발매했습니다. 이제 소년, 소녀만이 느낄 수 있는 발랄함은 덜합니다. 하지만 작사를 도맡아 하던 찬혁의 감성은 조금 더 짙어졌습니다. 이번 앨범의 테마는 ‘떠나다’ 입니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어딘가에 기대야만 하는, 때묻지 않은 청소년이었던 그는 이제 어른이 됐고 그 어른스러움에 맞는 노래를 하는 것뿐입니다. 모두들 첫 번째 트랙 ‘뱃노래’로 시작되는 악동뮤지션과의 ‘항해’를 함께 해보길 권합니다. “요즘 들을 노래가 없다”고 버릇처럼 뱉는 사람에게는 더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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