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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미국 독주에 '기축통화 대체론' 솔솔, 주도권 뒤집힐까

글로벌 달러 비중 71.5%→61.8%…디지털 통화도 거론

2019-09-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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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미국 달러화가 움켜쥐고 있는 세계 통화 패권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두드러지자, 달러화가 가진 기축통화로서의 위상과 안정성이 앞으로도 굳건히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 탓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될수록 국제사회에서 달러 패권을 흔드는 시도는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IMF(국제통화기금)의 '외환보유액 통화별 구성 보고서(IMF COFER)'를 보면 2000년 1분기 71.5%였던 글로벌 달러화 비중은 올해 1분기 61.8%으로 19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아직까지는 달러화의 위세를 넘볼만한 기축통화를 꼽기는 힘들지만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은 눈에 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달러에 의존하는 국제 통화 체제를 의문삼는 목소리는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10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영국이 스털링화 붕괴시기였던 1910년대 경제 주도권을 상실한 뒤 기축통화 지위를 달러에 빼앗겼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의 통화 주도권 경쟁이 새롭게 촉발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변수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자, 달러 중심 통화 시스템의 병폐가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미국이 신흥국의 물건을 넉넉히 구매해주는 등 주변국에 너그러운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일수록 신흥국은 더 많은 달러를 외환보유액으로 쌓아야 하는데, 미국이 불안한 심리를 자꾸 조장하는 상황에서 값비싼 달러를 굳이 써야 하느냐는 불만이 주변국으로부터 슬슬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가진 리더십이 점점 약화되고 중국 쪽으로 헤게모니가 기울어질 것이라고 본다"며 "국제 경제의 패권 싸움이 통화 싸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국제사회에서는 이같은 문제의식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최근에는 마크 카니 영국은행(BOE) 총재가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기축통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존의 달러 패권을 비판했다. 카니 총재는 지난달 잭슨홀 콘퍼런스 연설에서 "세계 경제 질서가 바뀌고 있지만 미국 달러화는 여전히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된 시기만큼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면서 합성패권통화(Synthetic Hegemonic Currecy)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달러의 기축통화 패권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현재의 국제통화 체제가 앞으로도 계속 될 수 있을 것이냐는 의구심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라며 "신흥국들이 상당히 과도한 수준의 달러를 보유해야 하는 등의 부담을 감안하면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국제 통화 체제의 개선은 당연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각에서는 디지털통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카니 총재가 언급한 합성패권통화도 일종의 디지털 기축통화다. 또 중국은 자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통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추진 중이다. CBDC는 화폐 가치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안정 코인(스테이블 코인)이다. 기존의 인민폐와 화폐가치를 일대일로 연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위안화가 당장 패권을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경제 규모와 시스템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구매력이 커지며 미국이 패권을 잃는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며 "그 사이에 민간 디지털화폐나 가상화폐가 (기축통화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시기가 생각보다 더 빨리 오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반면 달러를 견제할 정도의 대안 기축통화나 디지털화폐가 부상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많다. 안재빈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때 위안화나 유로통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분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유로존 위기 이후 유로화의 잠재적 역할이 많이 수그러들었고 위안화도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물론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2~3곳으로 나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달러의 위상이 쉽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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