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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연

잔반 먹인 대전 장애인 시설, 보조금도 '카드깡'

해명자료 내고 의혹 대부분 인정..."강사비도 유용"

2019-09-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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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뉴스토마토>가 지난 4일 단독 보도한 ‘학교급식 잔반 먹인 대전 장애인 시설’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 시설이 국가에서 지원 받은 식비 보조금으로 이른바 '카드깡'을 하는 등 횡령한 사실이 5일 추가로 확인됐다. 해당 시설은 취재가 시작되자 급하게 해명자료를 내고 대부분의 사실을 인정했다. 시설 대표는 사임키로 했다. 그러나 식비 보조금 횡령을 두고는 '전용'했다는 입장이다. 
 
시설 측은 이날 “장애 학생 여러분과 대전시민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간 총 6000만원의 시범운영 프로그램 비용을 받아 급식비 233만원과 강사비 401만원 등 총 634만원을 전용했다”고 밝혔다. 시설 측은 “급식비 전용 예산 233만 원 중 2차 결재분 144만원은 오늘 중으로 결재 취소할 예정”이라면서 “1차 결재분 99만원은 급식업체로부터 카드수수료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84만1500원을 입금 받았다”며  카드깡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이중 33만원을 학생 11명의 15일분 교통비로 지급했고, 10만원은 급식 지원 봉사단체 후원금으로 지출했다. 또 10만원은 요가 매트 등 강의 재료비로 지출해 31만1500원이 통장에 잔액으로 남아 있다”고 사적 유용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시설 측은 “야학에 등록된 학생 30명 중 95% 가량이 기초생활수급자”라면서 “학생들에게 월 교통비로 추정되는 15만원은 프로그램 참여 자체를 포기할 만큼 부담스러운 금액이고, 교통비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잔반 논란에 대해선 “특수교육원 지원 사업자로 선정되기 전부터 A고등학교와 계약을 체결해 학교 급식 후 남은 음식들을 일부 지원받아 학생들에게 급식으로 제공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에게 보다 좋은 급식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재정상 어려움이 있는 관계로 주위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아왔다”며 “지원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별도의 급식비 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급식비가 아닌, 학생들의 교통비 등으로 사용한 점은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처럼 음식 찌꺼기 수준의 잔반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강사비 전용 예산 401만원은 보치아, 음악 등 전문 강사 및 대체 강사비로 5명에게 120만8480원을 지급했고, 잔액은 280만1760원이며, 이는 통장에 잔액으로 남아 있다”면서 “저희 야학의 수업은 전체 3개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원 사업은 교사 한 명이 한 반을 사업기간 내내 담당하는 담임제를 규정하고 있으나, 지원 사업 준비 과정이 짧고,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할 수 없는 담임제의 한계 등으로 전문 강사와 대체 강사를 활용하게 됐다”고 이유를 들었다.
 
시설 측은 “급식비와 강사비 전용 예산의 잔액은 사무국장 명의의 계좌로 관리하고 있으며, 목적의 선함이 과정의 잘못을 덮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사죄하면서 “다만 대표, 사무국장 등이 사적인 용도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통장 공개 등을 통해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횡령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야학 내 관리·감독기관인 운영위원회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있을 사법적 절차와 별개로 이번 사건의 진상을 자체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사법적, 행정적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처벌과 처분에 겸허하게 임하겠다”면서 “제기된 사안 뿐 아닌 야학 운영 전반에 관해 감사한 뒤 빠른 시일 내에 그 결과를 공개해 잘못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 대표는 대표직에서 사임하고, 개인 통장내역 공개까지를 포함해 조사위원회와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한 봉사단체에서 이 시설에 제공한 반찬. 사진/뉴스토마토
 
대전=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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