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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식

(여기는 경기)기차활용법(18)-'지정석 앉기' 기본예절로

2019-08-08 16:50

조회수 :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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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 기차를 타신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승무원이 객실을 이동하면서 표 없이 탑승한 사람을 찾는 ‘검표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전산관련 기술이 오늘날처럼 발달하기 이전에는 승무원이 종이로 된 승차권을 직접 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시간이 흘러 KTX와 SRT 등 고속철도 시대가 열리면서 더 빠르고 편리한 기차여행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술도 발전해 이제는 종이 승차권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을 활용한 승차권 발권 및 확인도 가능해졌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승무원의 업무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객실 승무원이 단말기를 통해 각 좌석의 발권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 각 자리에 앉은 고객 확인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2.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승무원이 검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몇 가지 문제가 여전히 발생합니다. 바로 ‘지정석에 앉지 않은 사람’들 때문입니다. 왜 문제일까요?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검표에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런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몇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크게 (1)지인과 함께 앉는 것 등을 목표로 근처 사람과 자리를 바꿔달라는 경우 (2)비용을 내고 발권했다는 이유로 비어있는 아무 자리에나 앉는 경우 (3)입석으로 표를 끊은 후 빈자리에 앉는 경우 (4)표를 끊지 않고 탑승한 경우(무임승차) 등입니다.
 
이번에 제안하는, 우리가 앞으로 기차에서 지켜야 할 기본예절은 바로 ‘지정석 앉기’입니다. 사진은 서울역에서 출발을 앞둔 KTX 모습. 사진/조문식
 
여기서 (1)의 경우 어차피 발권된 좌석에 사람이 있으니 추가로 검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2)라면 승무원이 그 사람의 표를 확인하고, 실제 좌석을 체크하고, 다른 역에서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으면 다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3)은 상황에 따라 조금 다릅니다. 전체 구간, 예를 들어 서울~부산 전 구간 좌석이 없어 입석으로 끊고 이동하는 중 역과 역 사이에 잠깐씩 자리가 비면 앉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도 승무원이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입석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긴 거리를 한 번에 입석으로 끊고, 빈자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일 큰 지적은 (4)에서 나옵니다. 무임승차에 더해 빈자리에 앉는 사람은 좌석 승객은 물론, 승무원까지 골치 아프게 만듭니다. 최근 객실에서 본 한 외국인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도 이런 경우가 있겠지만 최근 실제 접한 사례가 외국인이라 적는 것으로, 인종차별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객실에서 전화를 했지요. 제가 통화 내용을 리스닝 아닌 ‘히어링’(근처에서 작지 않은 소리로 통화한 것이라…)한 결과 부산으로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기차 출발 전에 조금 일찍 타고 있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빈자리에 앉았다가 승객이 그 자리에 오면 비켜주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무임승차’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일단 기차가 출발을 했고, 객실 승무원이 객실을 둘러보던 중 역시나 ‘단말기’에 표시되지 않은 그 외국인 자리에 와서 “표를 보여달라”고 (간단한 영어로) 말했습니다. 그 외국인은 “너무 급하게 타느라 표를 끊지 못했다”는 정도의 이유를 (간단한 영어로) 말하고, 객실에서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한 KTX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이 상황에서 외국인의 행동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먼저 무임승차라는 부분이 포인트지만, ‘급하게 탔다’는 이유로 넘어갔습니다. (급하게 탔다는 사람이 서울역에 서있는 수많은 기차 중에서 정확하게 부산행에 탑승했는데, 이유는 본인이 잘 알겠지요.) 이런 승객을 찾아내느라 승무원의 검표 시간은 늘어났습니다. 여기다 그를 위해 발권까지 대행하면서 시간이 추가됐지요. 그 사이 가까운 역이 있으면 다른 무임승차 고객을 놓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이런 사례가 왜 열차 환경을 어렵게 만들까요? 또 탑승객 가운데 정상적이지 않은 표를 가진 사람이 늘어날 경우 어떤 일이 생길까요? 바로 ‘손실’이 발생합니다. 이런 손실들이 쌓이면 적자가 늘어나고, 철도 발전에 투입할 자본을 좀먹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는 ‘승무원들이 객실을 다니면서 다 찾아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기차의 경우 비행기와 비교하면 중간에 서는 역이 많고, 객실 승무원은 정차역이 다가오면 준비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역 사이 거리가 짧은 경우 승객 모두의 표를 확인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제안하고 싶은, 우리가 앞으로 기차에서 지켜야 할 기본예절은 바로 ‘지정석 앉기’입니다. 지하철에서 노약자석이나 임산부석 등과 관련된 예절을 제시한다면, 기차에서는 지정석 앉기를 중요한 예절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확하게 지불한 비용, 이에 따라 정리된 자리, 이를 살피는 승무원의 업무 부담 감소라는 선순환은 철도 관련 비용 손실 등을 줄일 수 있게 돕고, 나아가 우리나라 철도 발전을 위한 자산으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기차 산업과 객실 문화 발전을 위해 ‘지정석 앉기’라는 하나의 절차에 동의하고 따라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바람직한 철도 관련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며, 새로운 소식을 들고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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