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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취소된 생일파티와 해병대의 미래

2019-04-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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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치부 기자
해병대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해군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창설 70주년 축하연을 취소했다. 전날 강원도 속초·고성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로 정부가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군 장병들도 대비태세를 갖추는 상황에서 ‘생일파티’를 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해병대 식구들에게는 아쉬울 일이겠지만, 그간 해병대가 거쳐온 ‘질곡(桎梏)의 역사’에 비춰보면 이 정도는 약과로 여길 만하다. 이갑진 전 해병대사령관은 지난 2일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해병대 발전 국제심포지엄에서 “해병대는 역사적으로 ‘해병대’라는 이름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을 받아온 군대”라고 설명했다. 해병대는 1949년 4월 창설 후 통영상륙작전 등에서 보인 각종 활약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대통령 지시를 토대로 지난 1973년 10월10일 돌연 해체되고 해군에 흡수된다. 국군조직법 상으로 해군에 해병대를 두고,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하는 군대로서 정체성을 규정했지만 ‘상륙군을 왜 해군에 둬야하느냐’는 군 내 인식이 한 몫 했다. 이후 1987년 11월 총원 130명 규모로 해병대사령부가 재창설됐지만 그 기능이 회복되는 제도적 정비는 2011년에야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해병대 장병들만의 외로움은 계속 쌓이지 않았을까.
 
해병대의 외로움은 요즘도 종종 이어진다. 지난해 7월17일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이륙 직후 추락하며 탑승했던 해병대 장병 5명이 숨졌을 때가 대표적인 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수시로 군(軍)에 대한 애정을 표시해왔음에도 청와대는 사고 엿새 후 열린 영결식 직전까지 조문인사를 파견하지 않았다. 영결식 당일 모습을 보인 김현종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은 유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지난달 16일 마린온 희생자 위령탑 제막식에서는 여당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전략기동부대’를 표방하는 해병대 위상에 걸맞지 않은 모습들이다.
 
지난 5일, 해병대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해병대사령관(해병 중장) 임기가 끝난 후에도 다른 중장직위로 전직하거나 대장으로 진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해병대사령관은 직위에서 해임·면직되거나 그 임기가 끝난 후에는 바로 전역했다. 이에 따라 해병대 출신 장교들은 중장까지만 진급할 수 있었다. 개정안에는 '해병대사령관이 진급하거나 다른 직위로 전직하지 않았을 경우 전역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연합·합동작전 등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해병대 고위장성이 다른 중장·대장급 보직에서 계속 쓰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있다. 해병대사령관을 3성장군 중 최선임자로 대우하고 있는 점에 비춰봤을 때, 해병대사령관이 다른 중장보직으로 이동할 경우 서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놓고 조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군인사법 개정안 통과가 해병대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보인다.
 
국방부는 8일 신임 해병대사령관에 이승도 전비태세검열단장이 승진 내정됐다고 밝혔다. 변화하는 한반도 안보환경과 3군 균형발전 분위기 속, 신임 이 사령관이 해병대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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