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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풍경)'황혼'에 꾸는 꿈, 가수 이장희

2019-02-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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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한국 포크계의 대부' 가수 이장희씨가 6년 만에 서울에서 단독 콘서트를 엽니다.
 
1960년대 음악 다방 '쎄시봉'에서 통기타 1세대로 활동했던 그는 국내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번안곡이 주를 이루던 70년대 포크와 록을 넘나드는 자작곡을 썼고, 콧수염과 오토바이, 통기타는 그의 표상이었습니다.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같은 대표곡들은 당대의 청춘뿐 아니라 오늘날 후배 뮤지션들까지 따라 부르는 명곡들입니다. 
 
1975년 대마초 파동에 연루된 후 미국에서 라디오방송과 음악제작 등 사업을 했지만, 생의 황혼기에 다시 음악을 잡았습니다. 20대부터 50년간 친구였던 ‘동방의 빛’ 멤버들과 함께 울릉도에 살며 곡을 쓰고 공연도 합니다.
 
이번주 '문화가풍경'에서는 2013년 이후 6년 만에 서울 공연을 여는 그를 만나 공연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음악하는 친구들이 왜 좋으냐 하면요. 흔히 친구라 하면 대화가 통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화가 필요 없어요. 별다른 말 필요 없이 누가 탁 이런 소리를 내면 다른 친구는 또 다른 소리로 받고. 또 우리 셋 다 술을 좋아해요. 끝나고 나면 울릉도 석양을 보면서 술을 먹기도 하고."(이장희) 
 
"20살 정도 팔팔할 때 음악 얘기로 밤을 샜어요. 그때는 판 구하기도 힘들었는데 누군가가 구해 오면 밤을 새서 듣고 그랬고. 음악으로만 우정이랄까 친구랄까가 됐죠"(강근식)
 
‘동방의 빛’은 1975년 이장희씨가 대마초 파동을 겪기까지 딱 3년 공식 활동을 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당시 음악계의 ‘주류’ 관행을 비틀고 새로운 음악을 향한 도전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당시 음악계에서 파격으로 통하던 그의 구어체 가사들도 대부분 이 시기에 알려졌습니다.
 
1997년부터 울릉도에서 살기 시작한 이장희를 따라 친구들도 이 곳으로 왔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이장희 집 앞 뜰에 문화시설 ‘울릉 천국 아트센터’가 지어져 이 곳에서 함께 음악을 만들고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은 울릉도 노을을 보며 인생의 황혼기를 함께 나누기도 합니다.
 
“이제 제가 인생의 황혼 아니겠습니까. 황혼이라 하면 붉고 아름답고 안온한 행복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쓸쓸하고 허무한 느낌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복잡다단함이죠. 그런 마음을 노래로 표현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 주특기가 책상에서 가사 써서 노래하는 거니 그걸 해야겠다는 게 지금의 꿈입니다.”(이장희)
 
오는 3월8~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는 6년 만의 단독 공연을 갖습니다. ‘나 그대에게’라는 타이틀로 열릴 공연에서는 70년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곡들부터 ‘사랑과 평화’, 김태화 등 직접 제작에 참여했던 노래까지 들려줄 계획입니다. 그와 50년을 함께 해온 동방의 빛 친구들도 참여합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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