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공급의 일반적 척도로 선박의 수명은 대개 20년 정도를 잡고 있었으나, 2006년 발효된 선체구조에 관한 일반 규칙(CSR, Common Structural Rules)에 의해 25년으로 연장되었다. 이에 선체의 부식, 선체 피로강도 및 모든 기계의 마모에 대한 내구연한을 25년 기준으로 설정한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선박은 25년이 지나면 해체하여 고철로 처리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이러한 가정에 따라 단순 계산하면 선박의 연간 대체 수요는 매년 총 선복량(한 국가 또는 항로 등 특정 범위를 정하여 산출한 선복(ship’s space)의 총량, 즉 적재능력)의 4% 정도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선복량을 7억GT(총톤수)로 보면 이론적으로 매년 약 2800만GT가 대체된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해운시장이 호황인 경우에는 대체시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선박을 운항하는 경우가 있고, 불황일 때에는 수명이 다하기 전에 선박을 해체장으로 보낼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대체 물량은 조선소가 기본적인 신조 수요를 예측하는 데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치 정도로만 사용한다.
한편, 1998~2008년의 10년 동안 물동량은 57억톤에서 81억톤으로 약 42% 증가해 연평균 3.6%씩 물동량(물자가 이동하는 양)이 증가했다. 이 물동량의 증가를 선박 신조 수요와 직결시켜 보면, 세계 선복량 7억톤의 3.6%인 2940만GT의 신조 수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연차적인 선박 대체 수요 4%와 합하면 매년 7.6%의 수요가 발생한다. 최근의 경제 변동이 지속된다면 단기적으로는 매년 5740만GT의 신조 수요를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28일 오후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선박에 수출 제품을 저장한 컨테이너가 높게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이 수치와 전 세계 연간 건조량을 살펴보면, 2000년대에 연간 3000만톤의 선박이 건도되던 것이 점차 증가해 2006년에는 연 5000만GT를 전후한 신조선이 건조됐다. 또한 2007년부터 건조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2009년에는 7500만GT 수준까지 이르렀다. 2007~2009년 기간 동안 선사들의 선박 과수요로 선복량이 급증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한편, 세계 선복량은 사상 최악의 조선해운 불황기라고 일컬어지는 1982~1986년 사이 약간 감소했을 뿐 이후에는 꾸준히 증가했다. 1987~2002년 기간에는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1987년 3억5000만GT로부터 2002년 5억8000만GT까지 증가, 연평균 1600만GT가 늘어났고, 이 기간 연간 평균 선복량 4억6500만GT로 나누면 연간 3.5% 정도 증가했다. 이는 전체 데이터를 토대로 산출한 연평균 물동량 증가량 추산치 4.2%와 비교하면 약간 저조했다. 그만큼 세계 선박해운시장이 1982~1986년 동안 극심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02~2006년의 시장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기간 선복량은 5억6000만GT로부터 7억2000만GT로 증가해 연 평균 6000만GT가 팽창했다. 그 기간의 평균 선복량 6억5000만GT와 비교하면 9% 넘게 증가했다. 이는 중국, 인도 등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지역으로 향하는 철광석, 석탄, 원유 등 물동량 증가와 그에 대한 기대 수요를 반영한 수치로서 역사상 가장 빠른 증가속도이다. 한편 해체장으로 가야 할 노후 선박들이 시장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도 반영하고 있다. 결국 선주는 이러한 세계 선복량의 증가세를 예측하여 그들의 선대 교체 및 증감 계획을 세우게 된다.
(자료: ‘조선기술’, 대한조선학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