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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vs 공공재, '삼고무'는 누구의 것일까요

2018-12-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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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춤의 거목 이매방(1927~2015)의 '삼고무' 저작권을 놓고 전통무용계와 대중음악계에서 논란이 한창입니다.

삼고무는 무용수의 뒤편과 좌우에 각각 북 세 개를 두고 추는 춤입니다. 북을 다섯 개 두고 추는 춤의 경우 오고무라 하기도 합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1일 멜론뮤직어워드 시상식에서 이를 재해석한 춤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를 두고 뒤늦게 '삼고무'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개인의 창작물로 봐야한다는 측은 고인의 창의성을 훼손하지 말라는 이유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고, 반대 측은 전통 문화의 계승으로 봐야 하며 이는 공공재 성격으로 봐야한다는 이유를 들어 맞서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전통문화의 저작권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삼고무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요. 

1.방탄소년단도 춘 '이매방 춤' 삼고무

방탄소년단이 춘 '삼고무' 누구의 것인가
 
지난 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멜론 뮤직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이 전통춤인 삼고무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삼고무란 북 세 개를 놓고 추는 북춤이다. 

=지난 1일 방탄소년단은 한 시상식에서 한국 전통요소를 현대적 퍼포먼스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멤버 제이홉은 한복 차림이었습니다. 삼고무를 추는 공연단 속에서 그는 대뜸 팝핀댄스를 춥니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자 한국 전통의 세계화. 

방탄소년단처럼 춤을 재해석한 경우는 문제가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이 삼고무 춤을 두고 뒤늦게 논란이 한창입니다. 이매방 장인이 만든 이 춤의 오리지널리티에 관한 논란입니다. 개인의 창작물이냐, 아님 공공재냐를 둘러싸고 고인의 가족과 전통문화 단체 간 대립이 뚜렷합니다.
 
'멜론 뮤직 어워드' 사진/유튜브 캡처

2.'전통춤'이라 표기되면 원형 잃는다는 유족들

이매방 춤 저작권 논란…"공공재 예술" vs "개인 창작물"
 
이매방 사위인 이혁렬 대표는 "삼고무와 오고무는 이매방 선생이 1948년께 창작한 춤"이라며 "이에 따라 저작권 등록이 이뤄졌고 현재 저작권이 있는 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인이 창작한 작품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알리는 것이 이번 저작권 등록의 목적"이라며 "무분별하게 보급돼 원형을 잃고 변질해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는 고인의 유족 대표가 세운 단체입니다. 고인이 창작한 작품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변질되지 않도록 유지시키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업체는 올해 1월에도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삼고무와 오고무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마친 상태입니다. 

이들이 저작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형' 보존입니다. '전통춤'이라고 무분별하게 표기고 사용될 경우 자칫 삼고무와 오고무의 정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삼고무 추는 국립국악고 학생들. 사진/뉴시스

3.반대 측, 전통문화 사유화 하려는 시도다

방탄소년단도 춘 ‘삼고무’…‘공공재 VS 개인 창작물’ 논란
 
우봉이매방춤보존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보존회)는 이매방 춤의 사유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오고무와 삼고무가 무대화한지도 70여 년이 흐른 만큼, 공공재로서 전 국민이 자유롭게 유산을 향유하고 전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자들로 구성된 보존회의 경우 유족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삼고무의 저작권을 지키는 게 오히려 전통 계승을 가로 막을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합니다. 전통문화를 사유화하려는 시도 뒤엔 가족들의 영리 추구 목적이 숨어있다는 지적입니다.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측은 2018년 1월부터 저작권료를 받지 않아왔다고 주장하는데, 보존회 측은 '향후 2년간'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컴퍼니측은 사유화하려한다는 보존회 측의 논리가 허위 사실 유포이자 명예 훼손이라며 재차 반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고무 저작권 등록에 반대하는 보존회 단체들. 사진/뉴시스

4."저작권? 이매방 선생 들으면 뺨 갈기실 것"

방탄소년단이 춘 '삼고무' 누구의 것인가
 
1927년 생인 이매방 명인은 한국 전통춤의 '국무(國舞)'로 불렸다. 1987년에 승무 예능보유자, 1990년에 살풀이 예능보유자가 됐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두 분야 무형 문화재 보유자다. 수많은 제자도 길러냈다.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호동씨는 "이매방 선생은 대한민국의 국무였다"라면서 "저작권 등록하면 무형 문화재가 아닌 그냥 창작춤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이어 "저는 이매방 선생님 밑에서 30년 가까이 춤을 배웠는데, (우봉 선생이) 저작권 소식을 알면 관에서 일어나서 뺨을 갈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자들로 구성된 보존회는 저작권 등록 반대 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삼고무, 오고무 등은 과거에도 저작권 문제가 없었던 무형문화재에 해당된다는 논리고, 국민의 문화 향유권과 학습권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입니다. 

양측 간 감정 골이 깊어지는 대립이 단기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입니다.
 
지난 2011년 고 이매방 명인. 사진/뉴시스

5.전통문화의 저작권 문제로 논의 확산

이매방 춤 저작권 논란…"공공재 예술" vs "개인 창작물"
 
이번 기회에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요무형문화재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는 궁중무용은 저작권이 없지만, 민속춤이나 다른 춤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과 유사한 판례로 재즈가수 나윤선 소송 건을 듭니다. '아리랑'을 재즈로 부른 세계적 재즈 가수 나윤선씨가 재즈기타리스트 이아무개씨에게 소송을 당한 사건입니다.

이씨는 나씨가 자신이 재즈풍으로 편곡한 아리랑을 표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나씨의 손을 들어주며 "아리랑은 대중의 공유 영역에 속하며 특정인에게 독점되지 않고 누구나 그 표현 형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편곡한 저작물은 독창적인 저작물보다 권리보호 범위가 상대적으로 축소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공연예술계에서는 이번 '삼고무' 저작권 논란을 '전통문화'의 저작권 문제로 확대시켜 심층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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