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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정부가 성장 잠재력 큰 부품업체의 글로벌 진출 도와야"

20년간 자동차 연구해온 전문가… BMW 사태 당시 하루 100통 넘는 전화 받아

2018-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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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올해 자동차 업계는 지난 2월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인한 철수설,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위기를 비롯해 하반기 BMW 차량의 주행 중 화재사고, 3분기 현대차그룹 어닝쇼크 등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냈다.
 
업계 중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주요 언론들은 앞다퉈 업계 전문가인 김필수 대림대 교수를 '섭외 1순위'로 올려놓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BMW 사태 당시에는 하루 평균 100통이 넘는 전화를 받아 귀가 뜨겁고 환청이 들릴 정도였다"면서 "이러다가 BMW가 아니라 내가 먼저 탈이 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를 만나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 위기의 현실을 비롯해 수입브랜드 인기 추세,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사진/김재홍 기자
 
지난 11월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5층 회의실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당시 현대자동차 사장),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과 부품업계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자동차 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완성차 5개사 및 부품업체 대표들은 업계 애로사항을 토로하면서 내수 활성화, 부품업계 경영위기 극복 지원, 환경규제 부담 완화, 노사관계 선진화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국내차, 생산효율 낮아 경쟁력 상실
김 교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 상황에 대해 "우선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의 1고3저의 고질적인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높은 인건비 대비 생산 효율이 낮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대차와 기아차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라 대중 브랜드이기 때문에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면서 "쌍용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국내 자동차 업체가 반등할만한 요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2015년 6조3579억원에서 2016년 5조1935억원, 2017년 4조5747억원으로 해마다 감소세다. 올 3분기에는 영업이익 2889억원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지엠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규모가 2조5000억원을 넘었고 올 한해에만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는 7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산업부도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빠르면 이달 내, 늦어도 내년 초까지 자동차 부품 산업 종합 대책 등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국내 자동차 업계를 두고 위기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부품 생태계 무너지는 심각한 상황
김 교수는 "글로벌 메이커의 일반적인 영업이익률은 6~7%,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등은 10%를 넘는 것에 비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3분기 각각 1.2%, 0.8%로 하락했는데, 이는 1차·2차 협력업체들이 적자 상태에 놓였다는 의미"라면서 "이로 인해 올해 부품 업체들의 부도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부품 생태계가 무너지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부품 업계 지원에서 나아가 부품 관련 강소기업을 100~200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품 업계에서는 3조원 규모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에서는 1조원 정도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면한 위기 극복은 물론 기술력이 있고 잠재력이 큰 부품 업체가 성장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하는 이유는 그들이 잘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바탕에는 경쟁력을 갖춘 부품 업계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는 수직 하청구조로 인해 부품 업체를 히든 챔피언으로 키우는 게 어렵다는 점에서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래에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바퀴가 달린 스마트폰,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면서 "특히 자율주행차의 경우 5G 초고속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센서 등 기술의 총합이라는 점에서 이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가 대림대 자동차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하이브리드차 선호도 높아질 것"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반면, 수입차는 거침없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차는 올해 11월까지 24만255대를 기록해 2015년 역대 연간 최다판매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26만대 돌파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벤츠와 BMW는 11월 누적 실적이 각각 6만4325대, 4만7569대에 달했으며, 수억원을 호가하는 벤틀리, 롤스로이스도 같은 기간 215대, 108대나 팔렸다.
 
김 교수는 "우선 수입차를 보는 시각이 과거에 비해 긍정적으로 변했고 특히 독일 브랜드는 명품 이미지가 강해 고객 충성도가 높다"면서 "게다가 저가의 수입 브랜드 차량들이 대거 선보이면서 젊은 고객층까지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 판도가 점차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로 바뀌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력이 높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수입브랜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기차는 아직 인프라 구축이 충분하지 않아 얼리어댑터 고객들만 구입하고 있으며, 수소전기차는 이제 첫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높은 토요타, 렉서스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가 동료 교수들과 하이브리드카를 시승했다. 사진/뉴시스
 
BMW에 대한 소비자 불안 여전
반면 BMW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현재도 리콜을 진행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중고차 가격도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사고 원인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를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ECU)의 설정 문제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우디,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양사가 디젤게이트 사태로 2년가량 개점휴업을 했다가 올해 초 복귀해 6개월 사이 1만대 넘게 팔릴 정도의 실적을 거뒀다"고 평가하면서도 "디젤게이트 사태의 비윤리성 문제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95년 대림대 자동차학과가 만들어진 이듬해 학과 최초로 부임해 20년 넘도록 학과 역사와 함께 했다. 다양한 대외 활동으로 김 교수는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물론 '대림대'하면 바로 떠오를 정도의 인지도를 갖췄다.
 
그는 현재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장, 한국전기차협회장, 에코드라이브운동본부 대표, 한국이륜차운전자협회장, 전기차기술연구조합 회장, 한국중고차협회장, 자동차애프터마켓연구소장 등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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