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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로스쿨 이슈' 빠진 변협회장 선거, '흥행참패'

'도입 10년' 안착, 폭발력 쇠퇴…선거 지형 지각변동

2018-12-06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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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내년 1월21일 열리는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가 단독후보 출마로 사실상 찬반투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등록 마감 하루를 앞둔 5일 오후 5시 현재 이찬희 후보(서울지방변호사회장)외 후보등록을 한 변호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협회장은 대법관·검찰총장·특별검사 추천권 등이 있어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자리다.
 
6일 마감일까지 다른 후보가 등록하지 않으면, 이 후보가 단독출마 하더라도 재투표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유권자(개업 변호사 2만0553명, 2018년 12월5일 기준) 중 3분의 1 이상, 즉 7000표를 얻어야 당선이 확정되는데, 그만한 표를 얻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재투표 자체가 무의미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7년 12월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를 위한 대한변호사협회 삭발식에서 김현(왼쪽 세번째) 변협회장을 비롯한 변협 임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선거의 흥행 실패 주요 원인으로, ‘선거지형 지각변동’이 지목된다. 2년마다 치러지는 변협회장 선거만 수차례 참여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013년 47대 위철환 회장 선거 때부터 ‘로스쿨’문제에 대한 후보의 성향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위 회장은 로스쿨과 병행한 사법시험의 존치 또는 예비시험 도입이라는 절충론을 폈다. 48대 하창우 회장은 ‘반 로스쿨’ 노선을 채택했다. 현재의 김 회장은 ‘친 로스쿨’ 정책을 펴면서 많은 지지를 얻었다.
 
"사시존치·폐지론, 더 이상 안 먹혀"
 
그러나 ‘로스쿨 도입 10년’째를 맞으면서 ‘로스쿨 폐지’, ‘사시 완전 폐지’ 이슈는 완전히 힘을 잃었다는 것이 일선 변호사들 중론이다. 더 이상 ‘진영논리’나 ‘감성팔이’로는 표심을 자극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변협 수장에 도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책과 인물의 부재다.
 
이에 대해서는 ‘경륜 있는 변호사’들의 고민과 결단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변호사 생존권 보호, 그리고 법률가로서의 사회 참여를 위한 사명감이나 철학을 가진 선배들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선거가 이런 연구나 노력 없이 단발적 이슈로 ‘세몰이’에 매몰돼 온 후유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법연수원 39기 출신의 한 개업변호사는 “이번에 네 번째 선거지만 별로 기대가 없다. 첫 선거 때나 최근이나 공약이 모두 같지만 뭐 하나 진척된 것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투표할지 여부는 선거일 당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시험 2회 출신의 다른 개업변호사도 “공약보다는 인지도로 투표를 했는데, 이번에는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변협회장 위상 추락도 주요 이유
 
변협회장의 위상 추락도 주요 이유다. 회무 경험이 많은 한 변협 임원 출신 변호사는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사법농단까지 이어지면서 변협 역할이 아주 중요해졌는데, 정치적인 구설수에 오르면서 수장의 위상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오랫동안 변협회장 선거에 참모로 활동한 한 중견 변호사는 “과거에야 전관들이 폼 잡는 자리였지만, 이제는 머리 밀고 직역수호를 위해 ‘돌격 앞으로’ 해야 한다. 전관을 비롯한 경륜 있는 변호사들이 뭐가 아쉬워 나서겠느냐”고 꼬집었다. 서울 동부에서 개업한 사시출신 소장파 변호사도 “변협회장의 역할이 예전같지 않다. 야전 지휘관이 필요한데 앞에 나설만 한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출마 상비군 격인 또 다른 변협 임원 출신 변호사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봤다. 그는 “회장을 하고 싶어도 선거과정 중 후보검증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후보들이 부도덕하다거나 켕기는 것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선거 자체가 언제부턴가 혼탁해졌다”고 진단했다.
 
"단독후보 당선, 확신 못해"
 
이번 변협회장 선거 분위기가 인물난에 무관심까지 겹쳐 가라앉으면서, 이 회장이 단독후보로 출마하더라도 당선 확신이 어려운 상황이다. 앞의 변협 임원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들은 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 7000명의 표를 얻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단독 출마 후보의 당선이 더 어렵다”고까지 말했다.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장 후보는 박종우·박종흔·안병희·윤성철·이율 변호사(가나다순) 등 총 5명으로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회장 후보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전체 변호사 가운데 73%를 차지하는 변호사의 수장으로, 권한이 막강하면서도 변협회장 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변호사회장 선거판에서는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두고 ‘사시 대 로스쿨’ 프레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서울회장선거판, '진영논리' 여전
 
부티끄펌 소속 한 변시 출신 변호사는 “동료들끼리 모여도 (선거)얘기를 잘 안 한다. 다만, 우연히 얘기가 나오면 우선 안 되는 사람부터 제외하고 나머지 후보를 견줘 본다”고 말했다. 다른 사시 출신 로펌 소속 변호사도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진영논리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고 털어놨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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