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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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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조희연, '중고교 부지 유치원' 발언 아껴

2018-11-09 06:43

조회수 : 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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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제2기 교육감 백서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일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감 제2기 출범위원회 백서를 발표했습니다.

백서 타이밍이 늦는 바람에, 백서 자체 질문이라기보다는 현안 질문들이 쏟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유치원도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었죠.

그 중에서 중고등학교 부지에 유치원을 지어서 공급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런 질문은 10월말 경에 부교육감이 나선 유치원 대책 발표에서도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답이 속시원하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질문에 대해 "중고등학교의 경우, 유휴 공간이 있으면 (유치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예외적으론 할 수 있나 일반적으로 생각 안한다. 초등학교 병설 더 많이 짓는 방향으로 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병설, 단설(을 새로 짓기)보다는 1차적으론 초등 병설 공간 확대하는 방향이다"며 "유휴 교실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마치 실제로 사용되는 것처럼) 간주하는 교육부 방침을 재설정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조희연 교육감은 중고교 부지를 일반적으로 고려 안하고, 예외적으로만 여기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별 이유없이 설명을 빼먹었다고 하기에는 미묘한 지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 교육감의 방침이 교육부의 방침과 대비되거든요.

교육부는 그동안 유치원 부지로 고려되지 않았던 중고교 부지에 유치원을 세우길 강조하고, 그것도 한 구석의 교실을 차지하는 병설유치원보다는 독립된 건물이 있는 단설유치원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양과 규모를 강조하고 공간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거죠.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교 위주입니다. 게다가 이날 교육감 발언을 보면 새로 짓기 보다는 이미 있는 병설 공간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기까지 합니다. 규모보다는 다른 데 초점이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10월말경 교육청 대책 발표됐을 때 교육청에 문의하긴 했습니다. 왜 다른가? 교육청 대답은 아주 자세하진 않았지만 교육 문제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중고교 학생이 유치원생과 같은 공간에 있을 때 교육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지 알 수 없다는 뜻이죠.

그런데 10월말 교육청 답변을 생각해보니, 교육감이 중고교 부지를 꺼리는 이유를 아예 말하지 않은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위의 발언을 한 뒤 조 교육감은 학제 이야기를 했습니다. 유치원을 의무교육에 편입시키는 걸 생각한다는 이야기였죠. 그렇게 생각하면 유치원은 당연히 될 수 있으면 초등학교에 지어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유치원도 의무교육, 초등학교도 의무교육이니 연속성이 강화되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조희연 교육감은 "중고교에 유치원 잘 안 짓는다"와 "유치원을 의무교육화한다"라는 발언을 연결하는 접속사를 넣지 않았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뒤 발언이 앞 발언의 이유라고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말을 아끼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죠. 유치원을 의무교육화하는 게 가벼운 일이 아니라 조심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초등학교 공간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생각해야할 것입니다. 과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참 다이나믹합니다.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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