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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추운데, 아직도 언급되는 삼양동 옥탑방

2018-11-02 11:19

조회수 :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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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9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첫 마디가 이랬다.

"2011년 첫 당선부터 지금까지 불균형과 양극화로 고통받는 시민이 예산의 초점이었다"고 말이다.

기억하기로는, 양극화의 경우 박 시장이 틈나면 많이 언급하는 문제지만, 서울 내 지역별 불균형 문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모든 예산이 균형과 관련있다고 규정하는 것은, '현재' 박 시장이 작심하고 균형과 불균형 문제를 키워드로 잡고 싶어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폭염 시작되는 날 동고동락하기 위해 삼양동 옥탑방에 들어갔다. 날로 팍팍해지는 삶을 보고 듣고 체험했다. 시민의 삶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깨달았다."

"강남과 강북은 하늘과 땅의 격차가 난다. 강남에 진학해야 명문대 입학 말이 되는가. 70년대 이후 강남 위주 투자, 정책 때문에 벌어진 격차를 바로 잡겠다."

"삼양동에 있을 때 한 직원이 농담조로 말했다. '우리집 막내도 강남 살고 싶대요'라고. 아이도 느낄만큼 격차 크다. 균형 정책은 서울시의 새로운 발전 전략이기도 하다. 모두 잘사는 서울 만들고, 서울 어디서도 차별받지 않고 편안하게 하겠다."

이제 폭염은 지나간지 오래고 가을인데도 춥기만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삼양동의 이미지가 언제까지 소구력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서울시 예산안에는 균형 키워드가 3단계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1단계 : 8대 중점사업 중 하나인 균형발전 전략

직접적인 균형발전 예산으로 1조97억원이 든다. 빈집을 사서 청년과 신혼부부 주택으로 공급하거나 도시재생 뉴딜 등 주거 개선하는 정책, 교육 내지 문화 및 생활 인프라를 비강남에 조성하는 정책이 주로 있다.

그런데 35조원 중에 1조97억원만 가지고 삼양동까지 언급하면서 저렇게 많은 발언을 쏟아내면 좀 민망할 것이다.

2단계 : 도시계획·재생

1조272억원으로 다른 분야보다 증가율이 매우 크다. 111.4%니 2배가 넘는다. 제도 미비 때문에 갑자기 사라지게 된 공원을 대규모로 살리느라, 두번째로 많이 늘어난 공원환경 예산도 43.4% 밖에 증가율이 되지 않는다.

일단 도시계획·재생이 많이 늘어난 이유가 이 안에 균형발전 전략 예산이 일부 포함됐기 때문이다. 증가액이 5412억원인데 빈집만 해도 2000억원이 넘는다.

그리고 '균형발전 전략 예산'이 아니더라도 도시재생 그 자체가 균형 성격이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도시재생은 보통 낙후, 노후 지역에 하는데 강북이 더 낡았나 강남이 더 낡았나 하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강남은 낡으면 재건축이 수월한 편이지만, 사업성이 최소한 강남보다는 떨어지는 강북은 도시재생이 필요할 공산이 더 크다. 애초에 도시재생이라는 게 재건축, 재개발의 사업성에 회의가 들어서 나온 개념이다.

3단계 : 균형인지예산

서울시의 예산안 기조는 '지역격차 없는, 고르게 잘사는 균형 서울'이다. 직접적인 균형예산 뿐 아니라 예산 전반이 결과적으로 특정 지역에 특혜를 주는지 보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에 균형인지예산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균형인지예산은 자치구에 보내는 교부금이나, 특정 자치구에 짓는 건물 등 자치구와 직접 관련있는 서울시 예산 중에서 불균형하게 투입되는 예산을 개선하는 제도다.
 
적용 결과, 내년 예산안 35조7843억원 중 균형인지예산은 12조6991억원로 집계됐다. 균형인지예산에서 강남3구와 강동구로 이뤄진 동남권의 비중은 지난 2017년 18.1%에서 내년 14.9%로 3.2%포인트 줄어들고, 차감분은 나머지 권역으로 배분됐다.


그래서 간접적인 균형 잡기까지 합치면 서울시의 균형 성격은 최소한 12조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는 돼야 계속 균형 발언할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삼양동 때는 폭염이었고 지금은 가을부터 추워서 사람들이 패딩에 히트팩에 전기장판까지 부산을 떠는 와중이다. 폭염이 잊히는 마당에 삼양동은 잊히지 않을까

옥탑방 체험이 여론에 일방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남았는지도 의문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컸을수도 있다.

계속된 삼양동 언급, 균형 의지가 언제까지 계속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되겠다.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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