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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한화 '16년 법정분쟁', 현대오일 '완승' 가닥

대법, '배상금 10억 판결' 원심 파기환송…"진술·보증 위반 손해 전부 책임"

2018-10-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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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1999년 현대오일뱅크에 한화에너지(현 인천정유) 지분을 매각할 당시, 한화에너지가 저지른 군납유류 담합 사실을 속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그룹 계열사가 그로 인해 현대오일뱅크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이전 대법원 판결은 손해배상 책임 여부에 대한 판단만 했지만 이번에는 배상금 산정 기준도 명확히 제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2일 현대오일뱅크가 "인천정유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을 속여 주식을 매각한데 대한 손해 등을 배상하라"며 김 회장과 한화케미칼 등 관련업체 3곳을 상대로 322억원을 청구한 소송 재상고심에서 10억원만 인정한 원심을 깨고, 배상금액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사건은 한화그룹과 현대오일뱅크가 기업인수 계약시 당시 맺은 ‘인천정유와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현금으로 원고에게 배상한다’는 약정을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업인수계약은 기업의 지배권을 이전하기 위해 주식이나 자산을 양도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매도인이 대상회사의 상태에 관한 진술·보증 조항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어 " 매도인이 대상회사의 상태에 관해 사실과 달리 진술·보증하고 이로 인해 매수인이 손해를 입었다면, 이는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해당해 '일종의 채무불이행 책임'이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배상금 산정에 관해 "기업인수계약에서 진술·보증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나 금액을 정하는 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소유한 대상회사의 주식가치 감소분이나 매수인이 실제 지급한 매매대금'과 '진술·보증 위반을 반영했을 경우 지급했을 매매대금의 차액'을 산정하는 등 방법으로 손해배상액을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산정방법에서 오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배상 범위와 금액을 산정하는 방법을 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진술·보증 조항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조항에서 '인천정유 또는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현금으로 원고에게 배상한다'는 약정은 구체적으로 손해배상 범위와 그 금액을 산정하는 방법을 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약정 문언에 따르면, 피고들이 진술·보증한 것과 달리 기업지배권 이전 시점 이전의 사유로 인천정유의 우발채무가 발생하거나 부실자산 등이 추가로 발견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액이 진술·보증 위반으로 원고가 입게 되는 손해"라고 판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8월 인천정유 주주인 김 회장과 한화케미칼(옛 한화석유), 한화호텔앤드리조트(옛 한화개발), 동일석유 등으로부터 인천정유 발행주식 946만3495주와 한화에너지프라자 발행주식 400만주를 497억원에 매입하고 한화에너지프라자와 합병했다.
 
당시 주식양수도계약서에서 김 회장 등은 현대오일뱅크에게 계약체결일과 양수도 실행일 이전에 인천정유가 행정법규를 위반했거나 이를 이유로 행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는 진술과 보증을 했다. 또 이 진술과 보증이 거짓일 경우에는 약속사항 위반으로 500억 내에서 손해를 배상하기로 약정했다.
 
하지만 인천정유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용유류 구매입찰에 참가하면서 다른 정유사와 담합해 낙찰받은 사실이 드러나 과징금 285억여원을 부과 받았다. 국가로부터도 다른 정유사들과 함께 1584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 이와 함께 벌금 2억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2002년 8월 "김 회장 등이 주식양수도 계약 당시 이 같은 사실을 속였다"며 "32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일부 청구를 인정, 벌금 2억원과 소송비용 등 총 8억2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현대오일뱅크도 담합행위에 직접 참여했던 만큼 계약 당시 인천정유의 법위반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신의칙 위반이라고 판단,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에 현대오일뱅크가 상고했다.
 
상고심은 2015년 10월 "계약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는 주식양수도 계약상 양수도 실행일 이후 보증조항 위반사항이 발견되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면 원고가 그 위반사항을 계약체결 당시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피고들이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원고승소 취지로 판단하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원심은 "당시 약정은 인천정유가 스스로 행한 담합행위로 과징금 등을 부담하게 된 이상 이를 피고들의 행위로 인천정유가 입은 손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약정상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도 배상해야 하지만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면서 민사소송법 202조의2가 정한 일반적인 손해배상 액수 산정법에 따라 배상금을 10억원으로 산정,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현대오일뱅크가 재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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