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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로펌들 로스쿨생 '입도선매'에 법조채용 문화 '골병'

'빅7' 중 3곳, 변시 떨어져도 합격 때까지 '유예'…면학 분위기 흐린다 지적도

2018-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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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영지·최기철 기자] 대형로펌들의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채용 문제가 법조계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특히 해당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낙방'을 하더라도 채용 상태를 무기한 유예하는 로펌들도 있어, 로스쿨생들은 물론 정상적으로 변시에 합격한 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변호사들에게까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로스쿨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도 흐린다는 지적이다.
 
1학년 성적만으로 채용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빅7 로펌’ 대부분이 1학년 로스쿨생들의 지원을 받아 인턴을 선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입장을 밝히지를 않았다. 이때 선발 기준이 되는 것은 1년간 학교 성적뿐이다. 물론 학교성적 이외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으로 역량을 평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기업 임원 자제 등이 우선적으로 선발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로펌들이 변시 합격 전에 채용을 확정하는 배경에는 사법시험 폐지가 있었다. 로펌들은 로스쿨 졸업생들만을 채용하게 되는 과정에서 다른 로펌보다 빨리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하기 위해 ‘입도선매’ 시기를 앞당겼다. 로스쿨 제도 초기만 해도 로스쿨 2학년 겨울방학쯤 인턴 선발을 시작했지만 요즘은 1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채용을 서두르고 있다. 
 
"채용 확정자들이 분위기 흐려"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 채용이 사실상 확정된 학생들이 교내 분위기를 흐린다는 것이다.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예전에는 로스쿨 학생들의 능력이 검증이 안돼서 3학년이 다돼서 채용 확정이 됐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로스쿨에 대한 검증도 됐고,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인턴 모집 시기가 당겨지고 있다"며 “로펌들은 학생들을 대학별로 골고루 채용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SKY로스쿨 출신 학생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SKY로스쿨에서도 일부 학생만이 변시 전에 대형로펌에 들어갈 수 있어 교내에서의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Y로스쿨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판검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논외로 하고 대형로펌에 미리 채용된 학생이 교내에서 35명 정도 되는데 다른 학생들과 따로 본인들만의 스터디모임을 만들고, 잘난 척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 "상대적 박탈감 느껴" 
 
또 다른 재학생도 “1학년 때 인턴기회가 있으니 1학년 성적 관리에 집중하지만 로펌 입사가 확정되면 이제는 변시만 합격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성적 관리에서 손을 놓는다”며 “학교 성적에 신경쓰기 보다는 끼리끼리 모임을 하고 엠티도 간다”고 밝혔다. 
 
서울 상위권 로스쿨 소속의 한 교수는 “대형로펌 채용 확정이 되면 아무래도 변시 준비학생들과는 다른 과목 위주로 수업을 듣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로스쿨 출신의 한 변호사도 “대학교 입시 때 수시에 합격하고 나면 일정 등급대로만 점수가 나오면 되니 정시 지원생보다 수능 공부에 소홀한 것과 같은 논리”라며 “학교에서 상위권이니까 변시도 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머지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로스쿨 교수는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학교로서는 학교 출신들이 대형로펌에 일찍 채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불합격 상황도 감안해 인턴 채용" 
 
대형로펌들의 ‘인턴생 채용유예 정책’도 큰 문제다. '빅7' 중 3곳이 채용을 전제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을 인턴으로 뽑은 이후 변호사시험(변시)에 떨어지더라도 합격할 때까지 채용을 무기한 유예해주고 있다. 아직 불합격자가 나오지 않은 곳에서도 로스쿨 인턴 도입 당시 불합격 상황을 가정해 유예를 해줘야 한다는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해마다 국내 대형로펌 인턴 전형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변시에 떨어져 변호사가 되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규모면에서 국내 정상급 대형로펌 인턴으로 뽑힌 이후 올해 6회 변시에 떨어져 로펌 입사가 유예된 학생들이 있었다. 
 
로펌들 "미국도 같아…문제 없다" 
 
대형로펌의 한 관계자는 "우수한 인재들을 뽑았지만 변시 합격률이 낮기도 하고 사소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 기회를 더 주고 있다. 미국 로펌들도 무제한으로 유예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로펌 관계자도 "변시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채용을 취소하지 않고, 근무태도, 전문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당사자들인 변시 출신 변호사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해 변호사로 개업한 한 변시 출신 변호사는 “한 마디로 부조리”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재시 봐서 떨어지는 로스쿨 졸업생은 거의 없다”면서 “현재 일부 로펌들은 채용 자격요건을 자본주의 논리로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시 출신 변호사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법조계 채용문화가 만들어진 ‘금수저’ 특권으로 얼룩지고 있어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이미 정해진 자리…상대적으로 판단해야"
 
반론도 없지 않다. 한 변호사단체 임원은 “변호사 시험이 매우 어렵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당락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대형로펌이 채용에 변시 합격여부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임원은 이런 대형로펌들의 채용문화가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대형로펌의 채용결정을 받은 사람은 변시 전에 이미 채용이 확정된 사람이다. 선발은 로펌의 고유 권한이다. 변시 성적으로만 뽑혔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일부는 박탈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그 자리는 원래부터 정해진 자리이다. 상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한 사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의실 모습. 사진/뉴시스
 
최영지·최기철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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