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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방학 맞은 로스쿨생들, '변시학원 열풍'

기초과목·미수강 과목 보강 학생 봇물…사시폐지 이후 '사향길' 학원가도 성업

2018-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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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과 광복절 휴일이지만 '변시학원'을 찾는 학생들은 적지 않았다. 15일 신촌의 한 변시학원에서 점심식사 후 자율학습 중인 학생들. 사진/최영지 기자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방학하자마자 학원에서 민사법 정리 특강 들었고, 이번 달에는 형사법 듣고 있어요”
 
15일에 만난 지방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재학 중인 A씨는 지난 학기를 마치자 마자 강남 소재 고시학원에서 법 과목을 수강 중이다. 방학을 반납하고 로스쿨에서 미처 수강하지 못한 과목을 학원에서 대신 공부하며 이 삼복더위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로스쿨의 보강학습 및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많은 동기들이 현장 강의뿐만 아니라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방학을 활용해 보강하고 있다”며 “방학 때는 변호사시험 재시생들에 로스쿨 학생들까지 더해져 학원이 더욱 북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마다 앞다퉈 '여름방학 이벤트'
 
이날 강남과 신촌 등 학원가에서는 ‘변호사시험 여름방학 이벤트’를 앞다퉈 내놨다. 2019년 로스쿨 진학 준비생과 아직 기본3법에 감이 안 오는 로스쿨 1학년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헌법·민법·형법 등 기본3법 입문강의가 주를 이뤘지만 국제거래법, 조세법, 환경법 등에 대해 이론 및 실전반도 운영되고 있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법학적성시험(LEET) 등을 대비하는 로스쿨 입시 학원이 생겨난데 이어 변시 학원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로스쿨 입시학원을 다니며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변시 학원으로 유입된 것이다.
 
한 변시 출신 변호사는 “예전 LEET가 도입됐을 때 사시 준비를 했던 학생들을 포함해 대다수가 굳이 학원에 다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강생이 예상 수요보다 적어 여럿 학원이 문을 닫았다”며 “초기 변시 합격률이 상당히 높았고 학원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었는데 변시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학원들이 다시 활기를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사법시험에 비해 변시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기존 수요에 못 미친다는 업계 평이 따르고 있다.
 
로스쿨생들 "실무강의 많이 도움돼"
 
로스쿨 졸업생들의 변시 합격률은 제1회 시험이 치러진 지난 2012년 87.15%를 기록한 이후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회 시험에서 60%대의 합격률을 보였고, 5회에서는 50%대를 기록했다. 올해 합격률은 49.4%에 불과하다.
 
사시 폐지된 이후 신림동 일대 학원들 역시 변시 학원으로 전환되고 있어 사시 때 강의를 했던 강사들은 변시 강의에서 다시금 활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수강생인 B씨는 “학원에서 변호사들을 강사로 영입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실무 강의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도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시험 합격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시 시절 연수생들도 '선행학습' 재연
 
사시 시절에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였다. 그때는 로스쿨생들 대신 사시 준비생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겨울에는 사시 최종 합격생들까지 사법연수원 입소 전 연수원 수강과목을 학원에서 선행학습했기 때문에 신림동 고시촌이 매우 붐볐다. 당시 사시를 준비했던 한 직장인은 "로스쿨 도입 후 사향길을 걷던 학원들이 다시 속속 문을 열고 있다는 소식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면서 "로스쿨 도입 전 사시 때나 지금이나 대학 학비에 학원비까지 필요해 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의 경제적 고충은 나아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학생 부담만 이중으로 늘어
 
서울에서 법학을 강의하는 한 대학 교수는 "로스쿨생이 학원에서 로스쿨 과목을 재수강하거나 미처 듣지 못한 과목을 챙겨 듣는 것은 학생들 보다는 커리큘럼 등 로스쿨 교육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원래 도입 취지와는 달리 로스쿨 졸업 외에 변시에 대한 부담까지 이중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도권 로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변시의 기형적 운영과 난이도, 너무 낮은 합격자 비율 제한 등이 문제"라면서 "정부가 지금의 변시 체제를 유지하는 한 과거 사시 시절의 폐해 역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 5회 변호사시험 당시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관에 위치한 시험장에서 변호사시험 응시생들이 시험 직전 마무리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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