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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스포) 위안부 영화 <허스토리> 후기 : '완벽한 피해자' 강박에서 벗어나다

2018-07-05 17:22

조회수 : 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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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 런칭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개인적인 심정으로 평점 만점이 별 5개라면 최대 50개까지 주고 싶다. 그 이유는 좀 더 뒤에서 쓰려 한다.

영화 <허스토리>는 관부재판을 소재로 했다. 부산에 사는 위안부 및 정신대 할머니 10명이 1992년에서 1998년까지 6년 동안 시모노세키(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하관 : 下?) 지방법원에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과 사죄를 요구한 내용이다. 하관의 '관'과 부산의 '부'를 합쳐 관부재판이라고 부른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사실을 한국 최초로 증언하자, 위안부들을 찾아 도와주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고 부산으로도 번진다.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문정숙 사장은 일본에서 벌어지는 할머니들의 재판을 지원하게 된다. 재일교포 이상일 변호사는 무료 변론을 도맡는다. 법정 진술로만 일본군에게 당한 피해를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전쟁 당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위안부 영화와의 차이다.


(아래부터 스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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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판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분적으로나마 인정한 최초의 재판으로 알려져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런데도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민규동 감독이 발굴해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더 큰 의미는 판결까지 나아가는 과정이다. 피해자와 조력자가 성장하고 연대해가는 과정을 잘 그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영화는 등장 인물들의 완벽하지 않음을 보여주려고 했다. 피해자 할머니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에 바라던 부분이다. 그동안 한국 영화들은 근현대사 등 사회적 약자들이나 피해자를 다룰 때 완벽한 피해자를 그려내려고 했다. 완벽한 피해자 이미지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세월호 사건 등에서도 충분히 드러난 바 있다.

<허스토리>에서는 피해자들의 약한 면도 보여주려고 한다. 일본이 배상금이 아닌 민간 기금으로 '물타기'를 하려 하자 흔들리는 모습들, 허위가 섞인 법정 진술 등이 들어있다. 그런 것들이 피해자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현실이나 그들의 내면, 비극적인 상황을 더 잘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굉장히 놀란 점이, 비록 재판정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업소 여성 출신 위안부를 다뤘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 사람은 나중에 그 상황에서도 포주까지 했다. 굉장히 민감할 수 있는 지점을 건드렸다. 위안부 당사자들 기분은 물론이거니와 그동안의 사회적 통념에도 반하는 지점이다. 아마 위안부 이슈에 관심있는 페미니스트들도 이걸 어떻게 다룰지 힘들어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감독은 "순결을 잃은 것이 가장 큰 피해라는 가부장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처녀든 유부녀든 창기든 자기결정권을 억압당했다는 점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한다. 문 사장은 처음에는 그 위안부에게 분노했지만, 나중에는 "어짜피 피 빨린 건 똑같다"는 말로 감독의 생각을 요약한다.

그래도 그런 민감한 장면이 영화 속에서 그런대로 자연스럽게 녹아든 편으로 보인다. 영화가 성찰을 계속 강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 사장은 기생관광 의혹이 있지만 할머니들을 도우면서 투사가 됐다. 한국인들이 위안부 이슈화를 반대하면서 할머니들에게 심하게 말하는 장면들도 여러번 나온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것을 채워가는 과정이 있기에 또한 인간적이다. 영화를 그것을 말하고 싶지 않았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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